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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회전문 인사' 카드 다시 꺼낸 北 김정은... "노림수는 한미 압박"

입력
2021.09.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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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강등시킨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 낙점
전략전술 개발 특화... 한미에 대화 압박 시도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박정천 전 군 총참모장.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박정천 전 군 총참모장.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전매특허인 ‘회전문 인사’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올 6월 방역 미비 책임을 물어 강등시킨 박정천 전 군 참모장을 두 달 여 만에 군 서열 1위이자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낙점한 것. 박정천이 북한 전략무기 개발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꽉 막힌 남북ㆍ북미관계에 보내는 압박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공보를 통해 “박정천 동지를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당 중앙위 비서로 선거했다”고 밝혔다. 군 참모장에는 림광일, 사회안전상에는 장정남, 당 군수공업부장에는 유진을 각각 앉혔다. 북한의 이번 군 수뇌부 인사는 6월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단행된 문책성 인사 이후 처음이다. 당시 박정천과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표적이 됐다. 박정천은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됐고, 리병철은 상무위원 자리에서 탈락했다. 이 자리를 박정천이 메운 것으로 보인다.

박정천의 재등장은 의미심장하다. 정치국 상무위원이란 타이틀은 그 자체로 북한 최고 권부에 진입했다는 증거다. 최고지도자 김 위원장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총리가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이런 ‘특혜’를 박정천에게 준 건 단순한 군부 길들이기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간 고위급 군 간부들의 계급장을 ‘줬다 빼앗는’ 방식으로 충성 경쟁을 유도한 김 위원장의 인사 방식에 더해 박정천의 ‘효용성’을 따져 본 결과라는 것이다.

리병철(왼쪽) 전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전 군 총참모장.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리병철(왼쪽) 전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전 군 총참모장.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그는 2012년 포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북한의 대표적 포병전문가다. 북한의 자주포ㆍ방사포 개발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과 2017년에는 김 위원장과 함께 과거 연평도를 포격했던 부대를 시찰하기도 했다. 총참모장에 오른 뒤에도 기술 개발보다는 한미를 겨냥한 전략ㆍ전술 확충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박정천이 김 위원장이 구상하는 국방전략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결론에 이른다. 특히 9일 북한 정권 수립일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 개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박정천 주도의 보여주기식 무력 시위를 통해 한미를 압박하려는 노림수일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정황과 최근 평양 미림비행장에서의 열병식 준비정황 포착, 박정천의 복귀는 연결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군사 전략을 뒷받침하면서 미국에는 대북제재 해제 등 협상 조건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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