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계좌 못 받은 9개 암호화폐 거래소... "줄폐업 위기"

ISMS 인증 취득한 보라비트, 후오비 등
"실명계좌 확보 위한 시간 더 달라"? 요구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프로비트에서 열린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현장간담회에서 프로비트 관계자가 이용자들의 전자지갑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보안장치 콜드 월렛을 열고 있는 모습. 뉴스1

오는 24일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 마감을 앞두고,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일부 거래소들이 심사 기회를 달라고 금융 당국에 호소했다. 3주도 채 남지 않은 신고 기한까지 실명계좌를 발급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일단 심사를 받고 추후 계좌 발급 요건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7일 9개 가상화폐 거래소는 서울 강남구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거래소는 △보라비트 △에이프로빗 △코어닥스 △코인앤코인 △포블게이트 △프로비트 △플라이빗 △한빗코 △후오비 등이다.

이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신고 요건 중 하나인 은행 실명계좌는 받지 못했지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은 확보한 업체들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ISMS 인증만 받은 경우 신고가 불가능하고, 25일 이후 가상화폐 간 거래(코인마켓)만 가능하다.

9개 거래소는 금융위에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들에 한해 일단 신고 접수를 받고, 심사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기존의 방식대로 영업을 지속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심사가 진행되는 사이 실명계좌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사실상 시간을 더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9개 거래소는 "신고의 필수요건 충족을 위해 금융사도 통과가 어렵다는 ISMS 인증을 취득했고,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마련을 위해 성실하게 준비해 왔다"며 "건전한 원화 마켓 운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의지가 분명한 만큼 심사를 받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심사 중 보안 사고나 법률 위반 행위 등 부적절한 행위가 적발될 경우 해당 거래소는 자발적으로 원화 거래를 중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거래소들은 "불건전한 사업자를 걸러내겠다는 것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의 취지임에도 건전한 거래소들을 고사시키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며 "모든 거래소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심사받고 결과에 승복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현재까지 신고 요건을 모두 갖춰 금융위에 신고를 마친 업체는 업계 1위 업비트가 유일하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나머지 대형 거래소를 포함해 ISMS 인증만 받은 거래소는 20개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