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vs '사회 전체 이익'... 영국 청소년 백신 접종 갑론을박

입력
2021.09.07 18: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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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문단 "12~15세 심근염 발생 위험" 반대
찬성 측은 "취약계층 전파·교내 확산 억제해야"
2·6세 접종 승인한 쿠바·칠레와는 뚜렷이 대비

한 영국 남성이 지난달 1일 런던 시내의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한 영국 남성이 지난달 1일 런던 시내의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증가를 위해 전 세계가 전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영국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소년 백신 접종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불붙고 있다. 10대 초중반은 백신 접종 시 ‘심근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반대론과, ‘감염병 확산 억제’라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선 필요하다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15세 청소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감염병 및 백신 전문가들이 의견 충돌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영국 정부 산하 자문단인 ‘백신접종ㆍ면역공동위원회(JCVI)’ 소속 과학자들은 지난주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힌 상태다. 지난 3일 성명에서 이들은 “백신 접종을 통한 이익보다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해당 연령 청소년 전체에게 접종을 권고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JCVI가 우려하는 부작용은 심근염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6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12~17세 남성 100만 명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심근염 증상을 느낀 사람은 62.75명에 달했다. 40대 남성(100만 명 중 3.96명)보다 1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12~17세가 심근염을 앓을 확률은 40대의 4.8배로 조사됐다. 따라서 ‘심근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청소년 전체에 백신을 맞도록 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JCVI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JCVI가 백신 접종의 이점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감염병학 교수는 “청소년을 접종 대상에 포함하면 사회 전체에 큰 이익”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이 7월 이후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했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고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등교하는 학생들이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7월 중순 하루 4만 명을 웃돈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8월 한때 2만 명 수준까지 줄었지만, 이달 5일에는 3만6,515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감염 시 오히려 심근염 발생 위험이 더 커진다는 주장도 있다. 크리스티나 페이절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는 “백신 접종 부작용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심근염에 걸릴 확률이 6배가량 높다는 연구도 있다”며 “300만 명에 이르는 12~15세 청소년이 백신을 맞으면 학교 내 감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영국과 달리, 남미에서는 유아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칠레는 이날 “취학 연령 아이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중국산 백신 ‘시노백’의 6세 이상 아동 접종을 승인했다. 쿠바는 세계 최초로 2세 이상 영유아에 대한 접종마저 이날 허가했다. 쿠바에서 사용되는 백신은 자체 개발한 ‘소베라나’와 ‘압달라’인데, 아직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은 받지 못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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