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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도 'D.P. '는 현실이었다... "죽어버려라" 폭언·따돌림에 해군 일병 극단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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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강감찬함에서 선임병들에게 구타 및 폭언과 함께 집단따돌림을 당한 병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이 7일 뒤늦게 드러났다.
성추행을 당한 공군과 해군 부사관의 극단적 선택에 이어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까지 나오면서, 병영 부조리 근절을 위한 국방부의 개혁의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군내 가혹행위 장면과 관련해 "국방부 및 각 군에서 폭행·가혹행위 등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병영혁신 노력을 기울여 악성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집단따돌림을 겪은 해군 강감찬함 소속 정모 일병이 지난 6월 18일 휴가 중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함장, 부장 등 간부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피해자 보호·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해군 3함대사령부 군사경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센터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정 일병은 지난해 11월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한 뒤 올해 2월 1일 강감찬함에 배속됐다. 전입 열흘 후 부친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정 일병은 간호를 위해 2주간 청원 휴가를 받았다. 부대 복귀 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침에 따라 3월 9일까지 격리됐다.
선임병들은 복귀한 정 일병에게 "꿀 빨고 있다" "신의 자식이다" 등의 말을 하고, 그가 내무실에 들어오면 우르르 몰려나가는 식으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3월 16일에는 선임병 2명이 근무 중 실수를 명목으로 정 일병을 두 차례 갑판에 넘어뜨렸고, 정 일병이 "제가 어떻게 해야 됩니까"라고 묻자 "죽어버려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 일병은 같은 날 오후 함장에게 선임병들의 폭행과 폭언을 신고하고 비밀유지를 요청했다. 함장은 피해자의 내무실을 바꾸고 갑판병에서 CPO 당번병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그러나 선임병들과 완전히 분리하지 않아 피해자는 함내에서 가해자들과 마주쳐야 했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고 병영생활 상담관과 면담한 정 일병은 급기야 자해 시도를 했다. 이때 함장은 정 일병에게 '가해자들을 불러 사과받는 자리를 갖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선임병들과 대화하게 했다. 이후 정 일병은 입대 전엔 없던 구토와 과호흡 등 공황장애 증상을 나타냈다.
센터는 "바다로 출항해 병사들끼리 계속 붙어 있어야 하는 해군 특성상 후임인 피해자와 선임인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한자리에 불러 사과시킨 것은 엄연한 2차 가해"라며 "폭행과 폭언에 대한 조사와 징계 후속 조치가 없었고 함장 등 지휘관은 신고 의무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자해 시도 후 정 일병은 하선 조치 없이 '도움 병사 C등급'으로 지정됐다. 30일엔 갑판 청소 중 기절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정 일병은 4월 1일 해양의료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았고 해군은 이때서야 가해자들에게 경위서를 쓰게 했다. 4월 6일 정 일병은 하선해 민간병원 진료를 받고 정신과에 입원했다. 정 일병은 병원 퇴원 후 7월 2일까지 휴가를 받았으나 그 사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망 후 주위 병사들에게서는 선임병들이 수차례 정 일병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러나 수사 대상자들은 인사 조치 없이 6월 27일 청해부대 임무 수행을 위해 출항해 현재까지 소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진술 오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군사경찰은 배가 돌아오면 조사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군사경찰은 정 일병 유가족에게 7월 26일 중간수사 브리핑을 통해 '가해자들이 정 일병을 밀친 것을 폭행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정 일병이 비밀로 해달라고 해 메시지 삭제 후 눈여겨봤다'는 간부들 해명을 전달했다고 한다. '정 일병 휴대폰 포렌식 결과 입대 전 자해 시도 등이 식별된다'며 사건을 축소하려는 듯한 언급도 있었다.
정 일병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해군 측은 "6월 18일 오전 휴가 중이던 병사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현재 사망 원인 및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 부조리 등에 대해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수차례 지휘관을 믿고 조치를 요청한 정 일병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명백한 군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해군본부 검찰단으로 이첩하고 즉시 가해자들의 신상을 확보, 함장과 부함장을 소환해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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