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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바람' 따라? 민주당 경선에서 '조직'이 힘 못 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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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저물었다는 증거다.”
6일 더불어민주당 안에선 제20대 대선 대장정의 서막을 연 첫 순회경선 결과를 두고 이런 평가가 나왔다. 4일 대전ㆍ충남, 5일 세종ㆍ충북으로 이어진 ‘중원 대첩’에서 대의원ㆍ권리당원 과반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택했다. ‘탄탄한 조직력’이 강점인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깜짝 반전에 성공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그저 그런 예상에 그친 것이다.
한때는 대선판에서 ‘얼마나 많은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의 지지를 확보하느냐가 경선 결과를 좌우한다’는 말이 정설로 통했다. 당내 순회경선이 후보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대의원ㆍ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의원과 위원장이 입김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게 새로운 정설(민주당 핵심관계자)”이라고 한다.
변화의 근거는 우선 달라진 선거인단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시ㆍ구의원을 포함하는 대의원은 지역구 의원의 의중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다. ‘조직의 강자’로 불리는 정 전 총리의 충청권 대의원 득표율(17.48%)이 한 자릿수 여론조사 지지도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 방증이다.
단, 존재감이 미미하다. 대전ㆍ충남의 경우 전체 득표수 2만5,564명 중 대의원은 771명(3.02%)에 불과했고, 세종ㆍ충북도 대의원 비중이 3.60%(465명)였다. 2012년 이후 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 투표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1인 1표의 동등한 권리를 줘 대의원 표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결국 승부는 권리당원 표심에서 판가름 난다. 하지만 수가 워낙 많은 탓에 현역 의원이나 위원장이 관리할 범위를 넘어섰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권리당원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데, 표심을 가늠하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심’과 ‘민심’의 차이도 크지 않다. “권리당원은 시대정신의 바람대로 바람처럼 움직인다(정청래 의원)”는 말은 달라진 경선 세태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구조적 상황에 더해 당내 ‘위계질서’가 해체된 것도 조직의 위력을 감소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현역 의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지역위원장, 대의원 등이 줄줄이 따르는 것이 암묵적 룰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경향이 현저히 줄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이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당내 민주화 진행 역시 조직력 약화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정 의원은 “조직은 ‘무용지물’이 됐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는 힘을 잃어가는 조직을 더욱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대면 설득은 2021년 낯선 선거운동 풍경이 됐다. 감염병에 발목 잡힌 시대상이 지속되면서 선거인단의 마음을 파고들 물리적 공간은 사라지다시피 한 셈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2~4명씩 만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그렇다고 소셜미디어로 ‘누구를 뽑아달라’고 설득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이번 경선을 통해 “조직의 힘이 소멸됐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상존한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 지사의 조직력이 다른 주자들에 비해 그렇게 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고, 일부 의원들은 “대규모 선거에서 조직이 통하지 않은 지 이미 오래됐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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