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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710억 울진 골프장, 엉터리 심사에 업체 봐주기 의혹

입력
2021.09.07 04: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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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 공모 때 "총지배인만 인정" 밝혔지만??
수탁업체 '지배인' 경력도 총지배인에 합산?
업체 2점 받아야 하지만 5점 만점 받아
울진군 "업체가 지배인과 총지배인 같다고 주장"?
수탁업체 전 대표 "지배인 경력도 위조" 폭로에도
울진군 "허위 아니다"고 즉각 반박...봐주기 의혹

경북 울진군이 매화면 오산리 산 26번지 일대 18홀(면적 121만9,740㎡) 규모로 조성 중인 골프장 마린CC 전경. 울진군 제공

경북 울진군이 매화면 오산리 산 26번지 일대 18홀(면적 121만9,740㎡) 규모로 조성 중인 골프장 마린CC 전경. 울진군 제공

원전지원금 710억 원으로 골프장(마린CC)을 조성 중인 경북 울진군이 관리운영 업체 공모 때 수탁업체 A사의 총괄책임자(총지배인) 경력을 잘못 심사해 최고점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군은 A사가 운영팀장을 지배인으로 위조한 경력까지 총지배인으로 인정해 최고점을 주는가 하면, 관련 의혹 제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자료를 바탕으로 “허위가 아니다”며 서둘러 업체를 감싸고 나서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진군은 올초 마린CC 운영업체 공모 때 A사의 총 지배인 경력을 심사한 뒤 2점짜리 경력에 5점 만점을 줬다.

1월 울진군 공고의 ‘골프장 운영실적’ 평가항목에 따르면 '총지배인' 경력이 1년 미만이면 1점, 1년 이상~3년 미만 2점 등으로 적시돼 있고, 7년 이상 경력일 경우에만 5점을 주게 돼 있다. 그러나 A사 총지배인이 5점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울진군이 단순 ‘지배인’으로 일한 8년 11개월을 총지배인 이력에 산입했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군이 올초 골프장 마린CC의 관리운영 수탁업체 공모 때 군청 홈페이지에 게시한 골프장 운영실적 배점표. '총괄책임자(총지배인)'의 경력에 따라 1~5점을 준다고 돼 있다. 울진군 홈페이지 캡처

경북 울진군이 올초 골프장 마린CC의 관리운영 수탁업체 공모 때 군청 홈페이지에 게시한 골프장 운영실적 배점표. '총괄책임자(총지배인)'의 경력에 따라 1~5점을 준다고 돼 있다. 울진군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울진군 관계자는 "A사가 서류 제출 당시 '총지배인과 지배인이 동일하다'고 주장해 근무 기간을 합산해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총지배인과 지배인의 직위는 현격히 다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울진군골프협회 관계자는 “지배인은 여러 명이 있을 수 있지만 총지배인은 말 그대로 골프장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1명밖에 없다”며 “대표이사 바로 아래 있는 총지배인은 임원급 인사로, 그 아래 팀장들을 편의상 부르는 '지배인'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모 때 A사의 서류를 작성한 A사 전 대표 B씨가 '총지배인과 지배인는 다르다'는 사실을 울진군에 알렸고, A사가 내세운 '총지배인' 경력이 위조됐다고 폭로했음에도 불구하고 울진군이 A사를 감싸고 도는 데 있다.

B씨에 따르면 A사는 총지배인이 이전 직장에서 '운영팀장'으로 일했지만, '지배인'으로 수정을 요구한 뒤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아 군에 제출했다. 그러나 울진군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총지배인이 일했던 회사를 통해 발급한 경력증명서가 허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울진군 마린CC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울진군청 제공

날짜 내용
2009년 11월 지역개발사업(민간사업자) 시행자 지정
2015년 6월
민간사업자에서 울진군 시행 결정
2017년 5월
마린CC 조성사업 위·수탁 협약
(울진군↔경북관광공사)
2017년 9월
토목공사 착공
2020년 6월
토목공사 준공
2020년 9월
울진군의회, 민간위탁운영 가결
2021년 1월
울진군, 관리위탁운영 공모 추진
2021년 3월
관리위탁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2021년 4월
울진군, 위수탁 운영 계약
2021년 9월
수탁업체, 클럽하우스 골프텔 착공 예정
2022년 5월
울진 마린CC 개장 예정

하지만 '경력증명서가 허위가 아니다'는 울진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경력증명서를 발급한 회사 관계자는 "골프장에선 각 부서 부서장을 지배인이라 불러 지배인으로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줬을 뿐, 실제 A씨가 맡았던 업무는 지배인 업무가 아니다”고 했다. 이는 '경력증명서를 위조해 군에 제출했다'고 폭로한 B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관계자는 또 “설사 지배인으로 인정하더라도 골프장에 단 한 명뿐인 총괄 책임자인 총지배인과는 차이가 아주 크다”고 말했다. 이에 B씨도 "총지배인의 경력증명서를 제출할 당시 울진군 담당공무원도 지배인과 총지배인의 지위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울진군이 지배인 경력을 총지배인 경력에 포함시켜 최고점을 준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울진 마린CC는 울진군이 원전 지원금 710억 원을 투입해 매화면 오산리 산 26 일대 121만9,740㎡ 부지에 18홀 규모로 조성 중인 골프장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시행을 맡아 2017년 9월 착공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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