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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받은 검사가 작성" 의혹에… 윤석열 캠프 "출처 없는 고발장" 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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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총선 직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최측근이 제1야당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요청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격해지는 가운데, 문제의 고발장과 첨부자료가 공개됐다.
고발장에는 윤 총장과 가족, 측근을 옹호하는 내용이 담겼고, 법률전문가가 작성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윤석열 캠프는 그러나 "작성자와 출처가 없는 고발장으로 음해를 받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적극 반박했다.
6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공개한 20쪽 분량의 고발장 전문을 살펴보면, 고발 이유는 '최강욱 황희석 유시민 등 범여권 정치인들과 MBC, 뉴스타파 등이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한 맞장구 치기로 계획적 언론 플레이를 해서 검찰총장 가족과 측근 검사장을 비방하는 허위 정보를 보도했다'는 게 골자다.
고발장에선 지난해 4·15 총선 전 이들의 관여로 보도된 '검언유착' 의혹과 윤 전 총장 부인인 김건희씨 주가 조작 의혹 보도는 투표를 앞둔 국민들을 기망하는 심각한 '정언(정치권과 언론) 유착'이라고 규정했다. 윤 전 총장과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을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하면서, 총선 승리를 목적으로 이런 공세를 편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으며 검찰 장악력을 상실한 윤 전 총장의 당시 심경을 담은 듯한 대목들도 고발장에 적혔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진두지휘하다 정부·여당 지지자들에게 역적 같은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고발장 내용을 살펴본 일부 검사는 "어설픈 고발장이 아니라 법률전문가가 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우선 고발인, 피고발인, 범죄사실, 고발 이유, 결론, 증거자료, 별지로 구분해 작성된 고발장 형식은 "전형적인 공소장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범죄사실을 적시한 부분은 "훈련 받은 검사가 쓴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범죄사실에는 '지OO씨와 황희석·최강욱 등은 뉴스타파·문화방송 기자 등과 특정 후보자인 황희석 등을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해 허위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보도 또는 논평을 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적혀 있다.
지씨는 지난해 3월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의 제보자이고, 최강욱·황희석은 야당에 고발 요청이 들어갔다는 지난해 4월 3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범죄사실을 범죄구성 요건에 딱 맞게 콤팩트하게 썼다"며 "공안수사(현 공공수사) 유경험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범죄사실을 배경으로 고발장에 적시된 '지씨는 민병덕 변호사와 밀접한 관계' '민병덕은 최강욱 등과 매우 가까운 사이' 등은 공안사건 공소장을 쓸 때 열거되는 '모두사실'과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통해' '마음 먹었다' 등은 판사와 변호사 등은 거의 쓰지 않고 검사들만 쓴다는 일선 검사의 지적도 나왔다.
다만 일부 거친 표현들도 적시된 만큼, 검사가 관여한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윤석열 캠프는 "고발장에 '역적 같은 존재' 등의 표현은 너무 투박하다. 시민단체 등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검사 관여 의혹을 부정적으로 봤다. 무엇보다 "전달자가 곧 (고발장) 작성자"라는 프레임 때문에 고발장을 검사가 쓴 것으로 오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캠프는 고발장에 최강욱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김건희·한동훈 명예훼손 등 공익과 사익이 섞여있는 점을 지적하며 "신속한 수사를 위한 과정을 아는 검사가 이런 식의 고발장을 쓴다는 것은 상식밖"이라 반박했다. 고발장 끝에 '총선에 앞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해 엄히 처벌'이라는 문구도 짚으며 "고발해도 배당에 수일, 십수일 걸리는데 총선 코앞에 신속 수사를 강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4월 3일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 시절 고발장과 판결문 등 첨부자료 사진 100여 개를 텔레그램을 통해 통합당 관계자에게 보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전달된 사진마다 '손준성 보냄' 문구가 적혔고, 이는 텔레그램으로 받은 자료를 다시 전달할 때 생긴다.
김 후보는 4월 3일 오전 10시 12분에 지씨의 페이스북 등 캡처 사진 87건을, 오후 1시 47분에는 지씨의 실명 형사판결문 3건을 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김 후보는 같은 날 오후 4시 19분에는 고발장을 전하며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도 더했다고 한다. 자료를 받은 통합당 관계자는 김 의원을 '김웅 부장검사(법무연수원)'로 저장해둔 것으로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제게 들어온 자료들 대부분을 당에 전달했지만 문제의 고발장을 실제 받았는지, 누구에게 받았는지, 이를 당에 전달했는지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없다"며 "검찰 작성 문건이라면 검찰이 밝히고, 제보 목적은 제보자가 밝힐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에게 고발장 사진 등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도 이날 전송 의혹을 부인하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적극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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