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본선 경쟁력 따질 '1대 1 가상대결', 변별력 있나

입력
2021.09.07 09:00
수정
2021.09.07 10:3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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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경쟁력' 측정해 최종후보 선출
"어떤 후보를 넣어도 지지층 모이는데..."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대선후보 경선의 '역선택 갈등'을 봉합한 마지막 고리는 '본선 경쟁력 측정'이었다. 각 대선주자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을 붙인 뒤 그 결과를 경선 최종 라운드에 반영하기로 한 것. '이기는 후보'를 뽑자는 게 명분이지만, 가상 양자대결 조사의 변별력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1월 5일 확정된다. 당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50%씩 합산하는 방식이다. 당내 선거관리위원회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기로 했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여권 유력 대선후보와 우리 대선후보를 1대 1로 붙였을 때 지지율이 어떻게 나오느냐를 측정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주요 대선주자들이 이를 모두 수용하면서 경선 룰 싸움이 고비를 넘었다.

하지만 가상대결로 본선 경쟁력을 따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상당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6일 한국일보에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을 붙이면 어떤 대선주자를 넣더라도 응답자들이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쏠리는 경향이 짙다"고 했다. 대선주자의 면면보다는 어느 정당이냐를 보고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최종 라운드에 오르는 예비후보 4명 사이에 유의미한 격차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당원 투표의 결정력이 커지게 된다.

최근 발표된 양자대결 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주자 간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 알앤써치·경기신문의 양자대결 조사(3, 4일)에서 윤 전 총장은 37.0%, 이재명 경기지사는 34.3%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 접전이었다. 홍 의원 역시 이 지사와의 가상대결에서 32.1% 대 35.2%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지난달 28~30일 실시된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홍 의원을 1대 1로 각각 붙였을 때 비슷한 추세가 확인됐다.

더구나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힘 지지층은 결집도가 높기 때문에 변별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지난달 27, 28일 실시된 KSOI 조사에서 '지금 지지하는 대선주자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해도 국민의힘 최종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윤 전 총장 지지층에서 79.6%, 홍 의원 지지층에서 72.7%였다.

이 때문에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는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 갈등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 의원은 6일 선관위 결론을 받아들인다면서도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기는 하다"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알앤써치, 한길리서치, KSOI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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