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소방관 휴직 중 극단 선택... 동료들 "갑질 때문... 책임자 처벌해야"

입력
2021.09.06 12:40
수정
2021.09.06 12:47
10면
구독

유서에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

대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이 휴직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노조 관계자가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앞에서 "갑질이 원인"이라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이 휴직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노조 관계자가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앞에서 "갑질이 원인"이라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휴직 중인 대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동료들은 직장 내 갑질이 원인이라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형사책임까지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6일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과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쯤 A(46)씨가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신속히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대전소방본부 직장협의회장 출신으로 소방본부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6월부터 병가를 내고 휴직 중이었다.

가족들은 집에서 A씨가 A4 용지에 자필로 적은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에는
"누가 뭐라 해도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 가족과 어머니께 미안하다"라는 내용 등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A씨가 갑질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A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배달 음식만 먹는 근무자들의 식사 방식 개선을 수 차례 요구하자,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갑질을 당했다는 게 동료들과 노조 주장이다.

간부가 퇴근하려는 직원들을 모아 놓고 A씨 요구 사항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일부 직원들이 A씨에게 "퇴근도 못 하는 상황이다. 전화나 잘 받으라"고 말하며 면박을 주자, A씨가 충격을 받았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빈소가 마련된 대전의 종합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인은 직장 내 정의를 세우기 위해 끝없이 투쟁했고, 본인이 당한 갑질에 따른 피해 구제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소방본부는 이를 묵살하고 방관해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게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그러면서 "고인에게 막말을 한 동료를 비롯해 모든 갑질자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직장 내 갑질로 경찰에 고소장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두선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