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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억압' 시동 거는 탈레반… 아프간 여대생 눈 빼고 다 가려야

입력
2021.09.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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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들에게 '아바야'·'니캅' 착용 명령
여학생은 여성 교원에게만 수업 받아야

다양한 이슬람 전통복장을 입은 여성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목과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 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니캅',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고 눈마저 망사로 덮는 '부르카', 얼굴은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차도르'.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양한 이슬람 전통복장을 입은 여성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목과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 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니캅',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고 눈마저 망사로 덮는 '부르카', 얼굴은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차도르'.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년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여대생들에게 ‘니캅’ 착용을 강제하기로 했다. 니캅은 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복장이다. 탈레반이 과거 강압 통치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공언하며 여성 인권 존중을 약속했지만, 정권을 잡은 지 한 달도 채 지나기 전에 억압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교육 당국은 전날 아프간 여학생들의 복장과 수업 방식 등을 규제하는 새로운 교육 규정을 마련했다. 우선 사립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에는 ‘아바야’를 입고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이슬람권 많은 지역에서 여성들이 입는 아바야는 얼굴을 뺀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 옷이다. 지난달 17일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이 “여성들이 부르카(전신을 가리고 눈 부위까지 망사로 덮는 형태) 대신 얼굴과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을 착용하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강도 높은 탄압 행보에 시동을 건 셈이다.

탈레반은 수업도 성별로 구분해 진행하도록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소한 커튼을 쳐 남ㆍ여학생을 구분하도록 했다. 또 여학생들은 여성 교원에게서만 수업을 받도록 하고, 여성 교원 확보가 어려우면 교단에 섰던 경력이 있는 노인 남성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여학생들은 수업 후 남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 교실에 머물러야 하며,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명령했다. 이 같은 법령은 탈레반의 아프간 첫 통치가 끝난 2001년 이후 급증한 사립 대학들에 적용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 교수는 통신에 “탈레반이 발표한 내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계획”이라며 “우리는 충분한 여성 교원이나 교실 공간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들이 학교나 대학에 가도록 허용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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