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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역선택 방지룰' 도입 않기로... 내분 격화로 상처만 남았다

입력
2021.09.06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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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 반영 늘리고 '본선 경쟁력' 질문 도입?
주자간 유불리 갈려 갈등 불씨 지속 가능성

정홍원(가운데)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정 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이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정홍원(가운데)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정 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이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5일 우여곡절 끝에 대선후보 경선룰 갈등의 뇌관이었던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막지 않는 '열린 경선'을 선언한 것이다. 대신 100% 일반 여론조사로 치르기로 한 1차 예비경선에 당원투표를 일부 도입하는 등 '당심'을 반영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경선 버스 출발 직후 경선룰을 둘러싼 대선주자들과 선관위, 지도부 간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끝까지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번 갈등으로 '윤석열 대 반(反)윤석열' 구도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경선준비위원회부터 경선룰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으면서 '공정한 경선 버스의 운행'을 약속한 이준석 대표의 체면도 구겨졌다.

마라톤 회의 끝에 "역선택 방지룰 도입 안해"

국민의힘 선관위는 이날 밤까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7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 끝에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역선택 방지 조항'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여당 지지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범야권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 측은 여당 지지층의 공격을 우려, 역선택 방지 조항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반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은 본선에서 표 확장성을 감안하면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없다고 주장하며 맞서왔다.

선관위는 격론 끝에 1차 예비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일반 여론조사의 비율을 100%에서 80%로 낮추고 당원 투표(20%)를 포함시켰다.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본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비율을 유지하되, '여권 유력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가 1대1로 맞붙는 상황'을 가정한 본선 경쟁력을 묻는 문항을 넣기로 했다.

'역선택 방지룰'에 쪼개진 대선주자들

선관위가 경선룰을 확정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윤석열 대 반(反)윤석열'로 쪼개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날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면서, 역선택 방지룰 도입을 윤 전 총장만 찬성하는 모습이 연출된 탓이다.

특히 선관위가 이날 회의에 앞서 주최한 '공정 경선 서약식'에 대선주자 12명 중 4명(홍준표·하태경 의원, 유승민·안상수 전 의원)은 아예 불참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윤석열 편들기'라며 선관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였다. 홍준표 의원은 "(역선택 방지룰 찬성파는) 이제 윤 전 총장 한 사람만 남았다는데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룰 개정을 하겠다는 거냐. 특정 선수를 위해 룰을 고치는 심판을 어찌 믿느냐"라고 주장했다.

공정성 시비 확산에 난처해진 이준석·윤석열

선관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정홍원 당 선관위원장은 공정 경선 서약식 직전 이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일단 이 대표가 정 위원장의 사의를 만류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이 대표는 "공정선거를 서약하는 자리에 빠진 이들이 있어 매우 유감"이라며 선관위 결정에 반발하는 대선주자들에게 '경고장'도 날렸다.

그러나 경선룰 공정성을 둘러싼 대선주자와 선관위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공정성 논란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가 주장한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당내 분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당원 투표를 일부 도입하면서 절충했지만 '열린 경선' 포맷을 주장해온 다른 주자들의 반발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지현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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