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방지룰' 갈등 점입가경… 반쪽 된 野 경선 서약식

입력
2021.09.05 19:34
수정
2021.09.0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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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유승민 등 공정경선 서약식 불참?
정홍원 선관위원장 사의 후 번복 해프닝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눈을 감고 있다. 오른쪽은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 뉴스1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눈을 감고 있다. 오른쪽은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 뉴스1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버스가 출발 직후부터 덜컹거리고 있다. 각 주자의 유불리가 엇갈렸던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를 두고 벼랑 끝 대치를 지속하면서다.

국민의힘은 5일 내내 소란스러웠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공정 경선 서약식'에 대선주자 12명 중 4명(홍준표·하태경 의원, 유승민·안상수 전 의원)이 경선 룰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불참했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은 서약식 직전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준석 대표의 만류로 바로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 선관위는 이날 갈등의 핵심인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를 놓고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홍준표·유승민 등 경선 서약식 '보이콧'

공정 경선 서약식에 불참한 4명의 주자는 "역선택 방지룰 도입 여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결과 승복을 다짐하는 서약식을 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3일 선관위 회의에서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여부를 둘러싼 표결에서 사실상 부결된 사안인데, 정 위원장이 무리하게 표결을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윤석열 편들기'라며 선관위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홍원 사의 표명에 이준석 나서 만류

선관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정 위원장은 서약식 시작 직전에 이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하며 국민의힘은 출렁였다. 앞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이 공정성 논란으로 물러난 가운데 정 위원장까지 도중 하차하면, 경선 파행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 위원장을 임명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이 대표가 정 위원장의 사의를 만류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서약식에 예고 없이 참석해 정 위원장에 대한 무한신뢰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공정선거를 서약하는 자리에 빠진 이들이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선관위에 반발하는 대선주자들에게 '경고장'을 꺼내 보인 동시에 정 위원장의 기를 살려준 것이다.

서약식에 참석한 대선주자들도 불참자들을 일제히 비판했다. 박진 의원은 "내 입장이 관철이 안 된다고 보이콧하는 것은 비민주주의적"이라고 지적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원팀인데, 화합 정신의 경계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도 이준석도… 상처만 남은 '역선택 갈등'

이 대표의 리더십뿐 아니라 대선주자들의 상처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역선택 방지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장 난처해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날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면서다. 역선택 방지룰 도입을 윤 전 총장만 찬성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윤석열 대 반(反)윤석열' 구도가 짜인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약식에서 경선룰 관련 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다만 "당이 정말 정권 교체의 의지가 있는지를 국민께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경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윤 전 총장 측도 "경선룰은 당의 입장을 따를 것"이라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이날 서약식 이후 역선택 방지룰 도입을 결론 짓기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그러나 어떤 결정이 나오든 윤 전 총장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으면 윤 전 총장이 실익 없는 주장을 하면서 당내 분란의 원인만 제공한 셈이 되고, 삽입되면 다른 주자들의 반발로 경선 불공정 시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지현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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