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정책공론의 장…연정·청와대 권한축소 실천할 후보 가려내자"

입력
2021.09.08 14:00
수정
2021.09.10 09:19
24면

'어젠다K 2022' 펴낸 김성식·김관영·채이배 전 의원 인터뷰, 사회=이성철 콘텐츠본부장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와 전략을 다룬 정책집 '어젠다K 2022'를 펴낸 중도성향 싱크탱크 공공정책전략연구소의 김성식(왼쪽부터)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이 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와 전략을 다룬 정책집 '어젠다K 2022'를 펴낸 중도성향 싱크탱크 공공정책전략연구소의 김성식(왼쪽부터)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이 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대 국회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에서 함께했던 김성식(18·20대) 김관영(19·20대) 채이배(20대) 전 의원은 작년 총선이 끝난 후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자타공인 국회 정책통이자 중도개혁성향인 세 의원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 우리 사회와 우리 시대가 이념과 진영, 세대를 뛰어넘어 풀어야 할 과제와 처방에 대해 깊은 토론을 이어갔다. 올해 초엔 한국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 공동대표 김관영· 이진)란 싱크탱크를 설립했다.

근 1년에 걸친 토론의 결과가 이번에 나왔다. 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어젠다K 2022'에는 정치, 행정, 재정, 외교, 경제, 노동, 복지, 교육, 에너지, 인공지능(AI), 젠더, 청년, 농업 등 무려 13개 분야에 걸쳐 당면 과제와 정책대안이 담겨 있다. 세 전 의원들을 2일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세 분 모두 특정 캠프에 속해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왜 공약집 같은 정책집을 냈나.

김관영=8년 여의도 정치생활을 통해 절실하게 느낀 게 있다. 권력쟁취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당선 후 제대로 정책을 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러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정치로 귀결되기 때문에 정책대안 역시 정치권에서 나와야 한다. 국회에서 정책을 오랫동안 다뤄왔고 진영에 속해 있지 않은 우리가 합리적 정책대안을 만들어, 대선주자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면 큰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성식=대선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권력게임인 동시에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5년마다 열리는 공론의 장이기도 하다. 일단 대선판이 벌어지면 거대 정당의 네거티브로 점철될 텐데, ‘우리라도 진영, 후보에 얽매이지 않고 인기영합, 땜질처방이 아닌 근본정책을 준비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 이번에 나온 정책 대안들이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공론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채이배=국회에서 진보 대 보수, 여야 편가르기 등을 경험하면서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대안을 만드는 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차에 중도지대에서 함께 고민했던 우리 세 명이 뜻을 모으게 됐다. 차기 정부가 해야 할 밑그림을 그려주는 역할을 한다면 국가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치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로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극화된 민주주의를 지적했다.

김관영='참 선하다'는 분도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의 꽉 막힌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헌법 테두리안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하려면 총리와 내각 기능은 강화하고 대통령과 비서실 기능은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개헌을 해서 총리 대법원장 헌재재판관 등 인사에 대한 대통령 권한을 통제하고 국회로 분산시켜야 한다. 그리고 국정운영은 청와대 비서실이 아닌 내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대선후보들은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고 말만 하지 말고 어떻게 권력구조와 국가 시스템을 바꿀 건지 비전제시와 함께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

김관영 전 의원(19·20대, 전북군산시) ▲군산제일고·성균관대 경영학과, 사시(41회) 행시(36회) 회계사 ▲전 민주당 수석대변인, 국민의당 원내부수석,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관영 전 의원(19·20대, 전북군산시) ▲군산제일고·성균관대 경영학과, 사시(41회) 행시(36회) 회계사 ▲전 민주당 수석대변인, 국민의당 원내부수석,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결국은 대통령제 자체가 문제 아닐까. 우리나라도 이젠 내각제로 가야 하지 않나.

김관영=내각제가 의회민주주의 구현를 위한 이상적 시스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다는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국정운영을 제어하고 균형 있는 권한행사를 하도록 개헌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연정, 정책연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대통령제 뿌리가 강한 우리나라 승자독식의 정치풍토에서 과연 연정이 될까.

채이배=의원내각제에선 정당 간 먼저 정책합의가 이뤄지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내각을 구성하면서 연정이 이뤄진다. 의원내각제만큼은 아니겠지만 대통령제에서도 합리적 토론만 이뤄진다면 정책연합는 가능하다고 본다. 이건 당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앞엔 저성장, 양극화, 일자리 변화, 여기에 팬데믹과 기후위기 등 수많은 난제가 놓여 있는데 한쪽만의 정책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가. 연정을 해야 융합적 해법도 나온다.

김성식=연정이 되려면 무엇보다 리더의 용기가 필요하다.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고 지지자를 설득하는 용기 말이다. 지금 대선주자들은 복지는 늘리겠다고 하면서 재원에 대해선 아무 얘기도 안 한다. 표 되는 과제뿐 아니라 표 안 되는 과제도 같이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책 연정이 필수다. 만약 내년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한다 해도 민주당이 국회 180석을 갖고 있는데, 협력 없이 일을 할 수 있겠나. 여당이 재집권한다 해도 이번 언론중재법에서 볼 수 있듯이 그냥 밀어붙이듯 해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거대 양당과 중간지대 정당을 다 경험해 보신 분들이다. 연정이 뿌리내리려면 양당제와 다당제, 어느 쪽이 나을까.

김성식=다원화된 사회의 국회라면 국민이 지지하는 만큼 의석 수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현행 소선거구제는 당선자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의 의사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 노조는 정치적 발언권이 강하고 노사정협의체에 의자도 마련돼 있는 반면에 비정규직, 플랫폼, 중소기업 노동자는 앉을 자리가 없다. 이들 목소리는 양당 구조에선 반영이 안 된다. 발언권의 사각지대가 없어져야 시민권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그러러면 선거제가 바뀌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엉망이 되었던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안착된다면 정치적 타협과 정책 연정이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김성식 전 의원(18·20대, 서울관악갑), ▲부산고·서울대 경제학과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김성식 전 의원(18·20대, 서울관악갑), ▲부산고·서울대 경제학과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채이배=양당제는 내가 잘하기보다 상대방이 못하면 반사이익으로 승자가 되고, 강하게 반대하다 보면 결국 다음 번 승자가 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좋은 정책을 내는 사람보다 싸움 잘하는 정치인이 더 각광받는다. 이런 양당제에선 좋은 정책도, 정책합의도 나오기 힘들다. 다당제가 더 적합하다.

경제 분야로 넘어가보자. 재난지원금을 놓고도 이렇게 갑론을박했는데 대선이 본격화되면 복지 논쟁이 아주 뜨거울 것 같다.

김관영=일자리가 늘면 소득이 늘고 복지재원도 늘어난다. 때문에 복지는 일자리와 함께 봐야 한다. 복지정책, 일자리정책,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혁신정책, 이 세 가지가 패키지로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여기에 인적 투자를 더하는 '3+1' 융합 정책이다. 만약 한국형 노동유연화 정책을 쓴다고 하면, 대신 노동자에게 어떤 복지정책을 선사할지, 대형노조뿐 아니라 특고, 택배 등 사각지대 노동자의 사회적 안전망은 어떻게 확충할지 연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단편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채이배=재난지원금을 놓고 선별이냐 보편이냐를 1년 넘게 논쟁했는데, 결국 88%만 주는 걸로 결론나는 것을 보면서 헛웃음밖에는 안 나온다. 만약 보편적으로 다 주되 세금으로 일부를 환수하면 어느 정도 선별이 이뤄지지 않을까. 우리는 이걸 분별복지라 부른다. 분별복지가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믿는다.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어떻게 생각하나.

김성식=누구나 다 주는 기본소득은 역진적인 데다 재원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우리가 주장하는 복지정책은 세 가지다. 첫째, 사각지대를 없애고 공적부조와 잘 결합시켜 전 국민이 중위소득 50% 정도의 소득은 보장받게 하는 국민소득보장제. 둘째, 살다보면 직업훈련, 돌봄, 간병 등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시기가 생기는데 2년 정도는 기본소득을 보장해주자는 사회적인출권제. 마지막으로 청년이 만 20세가 되면 일단 1,000만 원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도록 하자는 기초자산제 등이다. 덧붙이자면 돌봄과 간병에 대한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어린이집, 요양원의 부끄러운 실태가 드러났는데 국가가 투자해 더 질 높은 복지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자산 불평등이다. 그 중심에 부동산 문제가 있다. 어디서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 됐다.

김관영=부동산 가격 폭등이 우리 사회, 우리 청년들에게 준 좌절감과 불신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부분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시장은 시장 참여자의 욕망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작동하는데, 정부는 집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의 심리나 좀 더 나은 부동산으로 이동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과소평가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정책의 일관성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부동산정책만큼은 일관성 있게 나가도록 하겠다'고 여야가 적절한 정책에 합의해서 국민들에게 함께 발표해야 한다.

채이배=부동산 정책을 자꾸 공공 대 민간, 분양 대 임대로 나누어 이분법적으로 싸우는데 시장은 하나만 가지고 해결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주된 역할은 민간이고, 그 실패를 공공이 보완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투기거래자에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펴려면, 실수요와 투기수요에 대한 구분이 필요한데 1주택이 그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1주택자조차 집을 팔고 이사를 가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건 터줘야 한다.

채이배 전 의원(20대, 비례) ▲고려대 행정학과·법학 석사, 회계사 ▲전 바른미래당 원내부대표·정책위의장

채이배 전 의원(20대, 비례) ▲고려대 행정학과·법학 석사, 회계사 ▲전 바른미래당 원내부대표·정책위의장

노동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김성식=정말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간 노동계와 사용자에게 미뤄 놓은 채 숨어 있었다. 대형사건이 터지면 처벌만 강화하는 땜질처방이나 강화하면서 말이다. 이젠 정치권이 나서 비정규직 등 노동의 이중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채이배=노동법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현행 노동법은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무행위를 금지하지만, 앞으론 노동자 사용자 구분 없이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적용받도록 노동법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기후위기가 현실이 됐다. 탄소제로를 향한 과정도 험난하고, 관련해 에너지전환도 만만치 않다. 특히 문재인 정부 최대 논란거리였던 원전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김관영=탈원전은 대통령 철학이자 공약이고 국민 지지로 당선됐으니까 당연히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추진방식이다. 어떤 경우든 탈원전과정은 적법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국회와 충분히 협의했어야 했다. 전 세계에서 국회 동의 없이 탈원전한 나라는 없다. 야당을 설득해 여야 합의로 에너지관련법을 통과시키고 그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데,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졌다. 신고리 5, 6회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공론화 위원회를 열어놓고 마지막 문항에 ‘원전 축소냐 아니냐’를 살짝 넣어뒀다. 발전소 건설에 15~20년이 걸리는데 신한울 3, 4호기를 4분의 3이나 진행된 단계에서 중단한 것도 잘못이다. 나라로서도 엄청난 손실이고 참여 업체에도 너무나 큰 충격을 줬다. 이러면 누가 나라 정책을 믿고 사업에 뛰어들까.

채이배=이 문제도 증세처럼 정부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을 하면 전기요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왜 이건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나. 탄소중립이 우선 목표라면 탈석탄이 최우선 과제여야 하지만 이미 비용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지금도 계속 짓고 있다. 그러면 수천억 원이 들어간 신한울 3, 4호기는 왜 중단시켰나.

김성식=탈탄소를 기업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가솔린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부품이 4만 개에서 1만 개로 줄어든다. 연료 엔진 계통 회사는 다 없어질 수 있다.이 고용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

외교문제도 난제 중 난제다. 점점 격화되는 미중 대결구도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특히 중국에 대한 스탠스가 매우 곤혹스러워 보인다.

김관영=일관된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두 나라에 대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건 정말 곤란하다. 한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보자면 '중국이 9시 방향에서, 미국이 3시 방향에서 당긴다면 우리는 1시 내지 1시 반 정도에서 중심을 잡고 그 안에서 일관성 있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울러 외교부를 잘 활용해야 한다. 전 세계에 신경세포처럼 퍼진 외교관들로부터 정보가 취합되는 곳이다. 청와대 NSC는 큰 방향만 잡아야지, 외교부를 무시해선 안 된다.

정확히 6개월 후(내년 3월 9일)면 새 대통령이 뽑힌다. 정말로 중요한 시기이고 중요한 선택이다. 어떤 후보가 좋은 지도자일까.

김성식=땜질처방 한두 개로 흔드는 후보, 부동산을 한 가지 해법으로 해결하겠다고 호언하는 후보, 절대 믿으면 안 된다. 융합적 처방을 내놓는 후보가 좋은 후보다. 현금 대책 많이 얘기하는 후보도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시스템 처방을 제시하는 후보를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총리제, 연합정치하겠다는 후보에게 주목하자.

채이배=앞으로 20년을 어떻게 먹고살아갈 것인지, 답을 제시하는 후보가 좋은 후보다. 또 증세, 전기료 인상 같은 현실을 솔직하고 용기 있게 이야기하고 비용을 함께 부담하면서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후보가 신뢰 가는 후보다.

김관영=권력 나누기를 통해 통합을 시도하겠다는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주자. 대통령 권력은 5년간 국민들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권력일 뿐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송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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