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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대란' 발등의 불 “내년 신규 법관 73% 급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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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를 임용할 때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법관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원은 현행 5년인 법조 경력 최소 기준이 내년부터 7년으로 증가하면, 신규 판사 임용 규모가 올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판사 임용 때 고려하는 최소 법조 경력이 예정대로 현행 5년에서 내년부터는 7년으로, 2026년부터는 10년으로 늘어난다. 2013년 시행된 법조일원화 제도는 10년 이상 다양한 경험을 가진 판사를 뽑아 법관 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한 각종 폐해를 개혁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정작 필요한 법관을 구하지 못하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법원이 개정안 통과를 간절히 기대했던 이면엔 현실적 이유가 크다. 법관 인력이 매년 정원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최소 경력 기준을 낮춰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조일원화 방침에 따라 기준을 7~10년으로 늘릴 경우 지원자가 급감할 것으로 법원은 우려하고 있다. 통상 경력 7~10년 법조인은 법무법인이나 검찰에서 한창 경험을 쌓고 '몸값'을 높여 가기 때문에 판사직에 지원할 유인이 거의 없다. 지난해 판사직 지원자 524명 가운데 323명(61.6%)이 법조 경력 '5년 이상 7년 미만'이었다. '7년 이상 10년 미만'은 158명(30.2%), '10년 이상'은 43명(8.2%)에 그쳤다.
경력이 쌓일수록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법조인들이 법관에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법원 안팎의 주된 시각이다. 최근 3년간 선발된 판사 중 80% 정도는 법조 경력이 5, 6년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전체 신규 판사 155명 중 128명(83%)이 경력 5, 6년이었고 7~9년은 22명(14%), 10년 이상은 5명(3%)뿐이었다. 장기 경력 지원자 자체가 많지 않은데도, 그중에서 인재를 골라내기는 더욱 어렵다는 얘기다.
법원은 개정안 통과 불발로 내년부터 신규 판사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원행정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150명 선발이 예상되는 신규 판사는 최소 법조 경력이 7년으로 늘어나는 내년엔 40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후 매년 40~60명 규모를 유지하다가, 최소 법조 경력이 10년으로 늘어나는 2026년에는 30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를 경우 2029년 판사 총원은 현행 정원(3,214명)보다 295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판사가 줄어들면 재판받는 국민에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소송 사건 규모에 비해 판사가 적어지면, 판사 1인당 담당하는 사건 수가 많아져 선고까지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판사 한 명이 연간 2,000건 이상의 사건을 새로 맡고 있다.
그럼에도 최소 경력 기준을 낮추자는 법원 입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연차에 법복을 입게 되면 법관 사회의 폐쇄적 문화에 길들여진 판사가 양성되고, 대형 법무법인에서 사전에 법관이 될 인재를 관리해 추후 유리한 재판을 받는 '후관예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법관 수 부족을 법원 개혁을 좌초시키는 논리로 제시하는 것은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며 "법원이 선호도가 낮은 이유를 고심하고 관계부처와 예산 문제를 협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된 만큼, 장기 경력자 법관 임용을 확대할 방안을 논의하고, 법관 처우 개선책 마련과 재판연구원 증원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8일 열릴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법조일원화제도 분과위원회' 신설을 추진해 법관 임용과 관련한 각종 현안도 다룰 예정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분과위는 장기 법조 경력자 임용 확대와 여건 조성을 위한 상설기구"라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법조단체뿐 아니라 다수의 기관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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