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스가 1년, 공약 잘 지켰지만… ‘독선·소통 부족’에 민심 등 돌렸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일을 많이 한 총리였다. 잘한 것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선거 불출마 의사를 표명한 지난 3일 오후, 총리에게 퇴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스가 총리 역시 최근 주변에 ‘이동통신 저가요금제 출시’ 등 자신의 공적이 적힌 리스트를 들고 “이렇게 많이 달성했는데”라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실제로 스가 총리가 지난해 총리에 취임한 당시 내세웠던 주요 공약 중 상당수를 1년 동안 달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회나 국민에 대한 설득은 부족했고,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태도는 독선과 아집으로 여겨져 부메랑이 됐다.
1년 전 취임 당시 스가 총리는 과거 통신 분야를 관장하는 총무장관 시절의 경험을 살려 이동통신 요금 인하와 디지털청 출범을 공약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과감한 선언도 했다. 실제 올해 3월 NTT도코모 등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기존 요금을 낮추지는 않았지만 크게 요금이 낮은 새 요금제를 출시했고, 디지털청도 9월 1일 자로 출범했다. 지난 7월 말에는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중·장기계획도 정리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자국 내 승인 절차가 더뎌 접종이 늦게 시작되긴 했으나, 6월 초 모두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7월 말까지 고령자 접종 완료, 하루 100만 회씩 접종’이란 목표를 내세우고 밀어붙인 결과 실제로 달성했다. 이 외에도 ‘검은 비’로 불리는 히로시마 원폭 피해 소송 항소심에서 정부가 패소하자 후생노동성 등 담당 부처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기로 한 결정 등 스가 총리가 소신껏 결단을 내린 사안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설명이나 설득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하는 태도는 관방장관이 아닌 국가 지도자로선 심각한 결격 사유였다. 그의 독선적 성향은 과거 정부 정책을 비판했던 학자들을 적절한 절차나 이유 없이 학술회의에서 임의로 배제한 뒤 설명조차 거부한 집권 초기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관방장관일 때부터 추진해 온 여행·숙박업 지원 정책인 ‘고투(GoTo) 트래블’을 중지하라는 여론이 일어났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다가 결국 3차 대유행이 시작될 쯤에야 중지한 것도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모습을 반영했다.
특히 국민에게 자숙을 강요하는 긴급사태선언이 계속 발령, 연장되는 와중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강행하고, “안전·안심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말만 도돌이표처럼 반복한 것은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결정적 계기였다. 결국 지난해 9월 62%(NHK 여론조사 기준)로 출발했던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29%까지 추락하며 1년짜리 ‘단명 정권’이 되고 말았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