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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휴대 더 자유로워진 美 텍사스주, 총기 범죄 온상 되나

입력
2021.09.05 17: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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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 전과자 제외 대부분 권총 휴대 가능
"총기 판매·범죄율 상승 이어진다" 연구도?
임신중단 금지법 이어 텍사스 보수성 강화

지난달 26일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의 한 총기 판매점에서 주인이 손님에게 권총을 팔기 위해 총기를 만지고 있다. 엘파소=AP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의 한 총기 판매점에서 주인이 손님에게 권총을 팔기 위해 총기를 만지고 있다. 엘파소=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州)는 한때 ‘텍사스공화국’이었던 역사와 맞물려 미국 내에서도 독특한 위상을 자랑한다. 1836년 멕시코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텍사스공화국을 선포했던 역사부터 그렇다. 1845년 28번째 미국 주로 합류한 뒤에도 ‘외로운 별, 론스타(lone star)’를 상징으로 내세우며 독자적인 영역 구축을 시도해왔다.

미국 보수 공화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텍사스주가 최근 들어 투표권 제한법, 임신중단(낙태) 금지법 등으로 악명을 떨친 데 이어 총기 규제를 완화하는 법으로 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된 텍사스주의 총기소지법은 허가나 교육을 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권총을 소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총기 사고가 잦은 텍사스에서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허가 없이 공공장소에서 소총을 휴대할 수 있었던 텍사스주는 총기소지법 개정안을 통해 권총 휴대 가능 범위를 넓혔다. 21세 이상 텍사스 사람들은 아무런 훈련이나 허가증 없이, 배경 조사를 받지 않아도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휴대할 수 있게 됐다. 중범죄, 테러 위협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부 사람만 허용 범위에서 제외된다. AP통신은 “텍사스의 새로운 법은 ‘범죄를 예방하고 무장한 악당을 저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근처에 무장한 선량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많은 텍사스 사람들의 믿음에서 나왔다”라고 분석했다.

2019년 8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22명이 숨졌던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 월마트 인근에서 추모객들이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엘파소=AP 연합뉴스

2019년 8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22명이 숨졌던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 월마트 인근에서 추모객들이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엘파소=AP 연합뉴스


문제는 총기 소지가 자유로워질수록 총기 판매가 늘고 범죄율 역시 상승한다는 점이다.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ㆍ사고만 3,200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4%, 2019년과 비교하면 50% 증가한 수치다. 새로운 법 시행으로 총기 사고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총기 폭력을 연구하는 스벤 스미스 플로리다 스텐슨대 교수는 AP에 “각종 연구 결과를 보면 총기 공개 휴대법을 통과시킨 주에서는 범죄율이 10~15% 상승했다”며 “그런 법은 총기 판매를 증가시키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3,000개 이상의 총기가 차량에서 도난됐다. 이 총기들은 대부분 총격, 살인, 폭력 범죄에 사용됐다는 게 휴스턴 경찰 분석이다. 또 텍사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총기 휴대가 자유로워질수록 사소한 분쟁조차 총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는다는 게 AP의 분석이다.

텍사스를 필두로 총기 소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2조 옹호 움직임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더 자유로운 나라,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일까.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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