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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지나친 희망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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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방역은 코로나19 확산세와 크게 관계가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해는 없길. 답답함과 홧김에 마스크 훌렁 벗고 마음껏 쏘다니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감염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방역을 하고, 그리고 그 대책이 일부 효과도 발휘하겠지만, 누구나 그 방역 수칙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방역 자체가 절대적 효능을 지닌 무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해 대유행 과정을 돌이켜봐도 그렇다. 대구 신천지, 서울 사랑제일교회 등을 두고 대유행의 원인이니 뭐니 엄청난 비판의 말들이 쏟아졌다. 물론 방역을 고의적으로 무시한 그들의 행태야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시각을 조금 달리해 보면 저들 종교에 가장 충실한 이들일수록 방역 조치를 견뎌내기 어려운, 사회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얼마 전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서울 광화문 일대 길거리에서 야외 예배 시위를 했을 때, 그 땡볕에 길거리에 나앉은 분들 대부분이 고령의 여성들이었다. 지난해 이태원 성소수자 문제가 시끌벅적했고, 3차 대유행 당시 사망자가 쏟아졌던 곳이 하필 요양시설 같은 곳이었듯이.
백신 또한 마찬가지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19 백신은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다른 감염병 백신들에 비해서 아주 높은 효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변이는 계속 이어지고 그때마다 돌파감염 위험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변이 자체가 인간의 대응 등에 맞서기 위한 바이러스의 변신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변이는 더 늘어날 것이다. 길게 보면 백신의 효능 또한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게 정상적 과정이라는 전망이다.
방역이니 백신이니 하면서 인간은 제 나름 최선의 대응책을 찾아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나 야속하게도 바이러스는 3~4개월에 한 번씩 대확산을 통해 자신의 덩치를 끊임없이 불려나가는 바이러스의 길을 착실히 걸어가고 있다고 봐도 되는 셈이다.
9월 추석을 계기로 우리도 이제 '위드 코로나'로 넘어간다는 얘기를 '희망적'으로 보는 시각들도 있다. 하지만 집단면역이 틀렸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초창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위드 코로나가 최종 종착치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과거 감염병 사례를 봤을 때, 감염병의 완전한 박멸이란 원래 불가능하며, 종국에는 토착화의 길을 밟는다는 얘기다. 집단면역이란 우리 모두 백신 맞고 강해져 바이러스를 튕겨내는 게 아니라, 감염의 파도가 몇 차례 이어지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 약한 수준으로 감염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백신 접종 또한 일종의 감염이다.
이 말은 결국 위드 코로나를 한다 한들, 방역이니 뭐니 하는 여러 갑갑한 제한을 한꺼번에 완전히 풀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위드 코로나의 조건을 언급하면서 '성인 접종 완료율 80%, 고령 접종 완료율 90%'라는, 제법 까다로운 수준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방역에 대한 누적된 갑갑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정부나 정치권 등에서 위드 코로나를 합창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그렇게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위드 코로나, 목표 제시와 과도한 희망 사이에 균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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