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권리 보장" 아프간 여성들 사흘째 시위… 탈레반 최루탄 쏘며 진압

입력
2021.09.0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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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카불서 여성들 "새 내각 참여" 요구
탈레반 폭행에 시위대 일부 다치기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3일 여성들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3일 여성들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탈레반도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서 양측 간 충돌이 빚어졌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아프간 현지 언론 톨로뉴스 등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여성 수십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교육과 취업 기회 보장, 선거권, 평등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로 사흘째 이어진 시위엔 어린 소녀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손팻말을 들고 “새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 달라” “자유는 우리의 모토, 자유는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든다”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 2일 서부 헤라트에서 시작된 여성 시위는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카불을 비롯해 여러 도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간 시위는 대체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은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대통령궁으로 행진하는 시위대를 가로막았다. 총을 직접 겨누지는 않았지만, 최루탄을 쏴 진압을 시도했다. 과격해진 일부 대원이 시위대를 폭행해 몇 명이 다치기도 했다. 아프간 일간 에틸라트로즈의 발행인 겸 편집장 자키 다랴비가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는, 시위에 참여했던 한 여성이 탈레반 대원에게 맞아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시위대가 탈레반에 맞서 용감하게 구호를 외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도 올라왔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에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의 취업과 교육 기회를 박탈했다. 여성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어야 했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었다.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점령한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성들이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재택근무 지시를 받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카불 시내를 취재하던 여성 언론인이 탈레반 대원에게 폭행당한 사례도 보도됐다. 새 내각에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만, 최근 탈레반 고위 관계자는 “여성은 고위직이 아닌 하위직에만 일부 기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국제사회는 아프간의 인권 문제, 특히 여성의 권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여성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는 건 필수적인 권리”라고 탈레반을 비판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트위터를 통해 “아프간에서 여성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침묵을 거부했다”며 아프간 여성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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