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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암’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과 전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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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은 ‘아버지 암’으로 불린다. 보통 50대 이상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탓에 남성 암 가운데 유일하게 늘고 있다. 전립선암 환자 수는 2010년 3만5,688명에서 2019년 9만5,996명으로 9년 새 2.7배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정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국소암인 경우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악화되면 방광 출구가 막혀 소변이 쉽게 나오지 않거나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배뇨 중간에 소변 줄기가 끊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때 전립선비대증으로 여겨 방치하다가 전립선암 조기 발견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배뇨 곤란, 빈뇨, 혈뇨, 배변 시 불편감 등이 나타난다. 또 전립선암이 다른 장기, 특히 골반뼈나 척추뼈로 전이하면 허리 통증과 골 통증이 나타나고, 심하면 하반신 마비 등이 생길 수 있다.
전립선암 발병 원인은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립선암은 서구에서만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었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전립선암은 남성 암 중 부동의 1위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도 전립선암이 크게 늘고 있다. 김정준 교수는 “오랜 기간 아시아권 국가는 전립선암 유병률이 낮다고 생각돼 왔지만 점점 고령화되고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 방식, 검진을 비롯한 보건 의료체계가 서구화되고 발전하면서 전립선암이 늘어나 서구와 비슷한 발생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 80대 남성의 전립선암 유병률이 전체의 7분의 1 정도라는 보고가 있는데, 이는 고령 인구의 다빈도 질환인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전립선암이 고령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질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립선비대증이 심해지면 전립선암으로 악화한다는 얘기는 맞지 않다. 김 교수는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을 혼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립선이 커지는 비대증은 암으로 진행하지 않고 전립선암과 발생하는 부위도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전립선비대증은 조직을 구성하는 전립선 세포가 증식해 전립선 부피가 커진 것이고, 전립선암은 정상 세포에 변이가 발생해 암세포로 변한 것으로 빈뇨ㆍ야뇨ㆍ세뇨 등 전립선비대증 증상이 없더라도 전립선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은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전립선암은‘전립선 특이 항원(PSAㆍProstate specific antigen) 검사’로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PSA 수치가 2.5ng/mL 이상이면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예전에는 PSA 수치가 높으면 바로 무작위 조직 검사를 했지만 국내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의심되는 부분 위주로 조직 검사하는 방식이 점차 일반화돼 표준 진단법으로 자리 잡았다.
전립선 특이 항원이 증가했다고 모두 전립선암은 아니다. 전립선비대증ㆍ전립선염 등 다른 전립선 질환에서도 상승할 수 있다.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항원이 증가한 환자 중 60%에서 암이 진단된다.
전립선암 치료는 병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다. 국소 혹은 국소 진행성 전립선암은 환자 나이, 건강 상태, 성 기능 상태, 암 병기와 분화도, 환자 선호도에 따라 적극적 추적 관찰, 로봇 또는 복강경을 이용한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 등을 시행한다.
김 교수는 “최근까지 국소 진행성 전립선암은 수술 난도 등을 이유로 수술을 배제하고 방사선 치료와 호르몬 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병행하는 치료가 많이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숙련된 의료진의 경우 로봇 수술 등 적극적인 수술을 먼저 진행해 완치를 시도하고,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추가로 방사선이나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전립선암이 뼈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전이성 전립선암은 호르몬 치료나 항암 치료를 초기에 진행하면서 방사선 치료 등을 병행하는 방법이 최신 치료 기법이다.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을 조절해야 한다. 과일ㆍ채소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 특히 토마토나 녹색 채소,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마늘, 자몽, 살구 등 라이코펜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등푸른생선에 들어 있는 DHA, EPA 성분이 전립선암 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고등어 같은 등푸른생선 섭취도 권장한다. 다만 빨간색 고기는 지방 함량이 높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비만인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20% 높아지므로 주 5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가족력 등을 고려해 적극적인 검진을 통해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전립선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50대 이상이나 가족력이 있는 40대 남성은 건강검진센터나 비뇨의학과를 찾아 1년에 한 번씩 간단한 혈액검사인 PSA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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