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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낙태금지법 시행..."현상금 사냥" 하자는 황당한 누리꾼들

입력
2021.09.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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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발효 다음 날 '텍사스 현상금 사냥꾼' 게시판 개설
데이팅 앱 운영사들은 "원정 낙태 지원할 것"

미국 텍사스주의 6주 이후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일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주의회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오스틴=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6주 이후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일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주의회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오스틴=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효된 '6주 이후 낙태금지법'은 불법 임신중단 행위를 주 정부가 직접 단속하지 않고, 시민들이 제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임신중단 권리를 정부가 침해할 수 없다는, 연방대법원의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우회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이용해 "현상금 사냥을 하자"는 황당한 주장이 온라인에 떠돌고 있다.

발효된 다음 날인 2일 영어권의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는 '텍사스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서브레딧(게시판)이 등장했다. 앞으로 텍사스주에서 낙태를 시도하는 여성이나 이를 도우려는 병원, 관련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1만 달러(약 1,160만 원)를 받을 수 있으니 이를 '현상금 사냥'으로 묘사한 것이다.

레딧 이용자들에 따르면 해당 게시판은 만들어진 지 약 반나절 만에 '온라인 괴롭힘 콘텐츠'로 신고가 접수돼 약관 위반을 이유로 폐쇄됐다. 하지만 그 내용은 여전히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이 게시판에 참여한 한 이용자는 "내가 하룻밤을 보낸 여성이 임신했는데 낙태를 하려 한다. 내가 그 여성을 신고해도 되느냐"라는 글을 올려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연방대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방법을 찾다가 만든 규정이 '현상금 사냥'이란 황당한 발상마저 낳게 한 것이다.


2일 영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등장한 '텍사스 현상금 사냥꾼' 게시판 모습. 인터넷 캡처

2일 영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등장한 '텍사스 현상금 사냥꾼' 게시판 모습. 인터넷 캡처

문제가 되는 법률은 이른바 '심장박동법'으로 불리는데, 생후 6주가 지나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면 임신중단을 금지하고 있다. 강간이나 근친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라도 낙태를 할 수 없는데, 임신 6주에 임신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사실상 낙태를 봉쇄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텍사스주에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은 이웃한 주로 '원정 낙태'를 결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텍사스주에 본거지를 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운영사들은 여성들의 원정 낙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팅 앱 '범블'의 운영사 범블은 이날 텍사스주에서 낙태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구제 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매치' '틴더' '오케이큐피드' 등의 앱을 운영 중인 매치 그룹 역시 텍사스주 직원과 부양 가족이 주 바깥에서 낙태 시술을 진행해야 할 경우 도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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