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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또 통제... 계속 빗장만 거는 北 '김정은식 코로나 방역'

입력
2021.09.03 16:00
수정
2021.09.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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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정치국 회의에서 '우리식 방역' 또 주문
단속 일변도 한계 뚜렷... 대화 모색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방역전선을 다시 한 번 긴장시켜야 한다.”

북한이 고립ㆍ통제의 고삐를 계속 조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도 거부하더니, 국가방역체계 단속을 한층 강화하라는 최고지도자의 지시가 떨어졌다. 올 6월 방역 미비를 이유로 당 간부들을 대거 문책한 데 이어, 문을 닫고 ‘우리식 감염병 극복’ 의지를 재차 천명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등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대화 재개를 모색하던 한미의 구상도 당분간 힘을 받기 어렵게 됐다.

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전날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3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억제되지 않고 계속 확산되는 위험한 형세”라며 “‘우리식 방역 체계’를 더욱 완성하라”고 주문했다. “모든 당 조직들과 일꾼들이 국가방역체계와 방역전선을 다시 한 번 긴장시키고 각성시키기 위한 일대 정치공세, 집중공세를 벌여야 한다”고도 했다. 코로나19 방역 실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에 과민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불과 두 달여 전인 6월 개최한 당 중앙위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도 당 고위 간부부터 지방당 소속 인원들까지 모두 불러 놓고 방역 태만을 질책했다. 당시 코로나19 방역 실무를 담당했던 최상건 과학교육부장 등은 해임됐다. 방역망이 뚫리는 순간 바이러스 확산과 이에 따른 민심 이반이 걷잡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북한 수뇌부가 방역을 필두로 내치에 골몰하면서 당장 대미ㆍ대남 적대 기조에도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 등 당근을 제시하지 않고 ‘조건 없는 대화’만 고수하는 상황에서 굳이 먼저 협상 무대에 복귀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통제 일변도 방역체계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주민 단속을 통한 ‘버티기’만으로는 쌀값 폭등 등 경제난을 악화시킬 뿐이다. 김 위원장이 2일 회의에서 “추수 전까지 수확고를 최대로 높이고, 가을걷이와 탈곡에도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주문한 사실만 봐도 북한의 식량 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내부 현실을 종합하면 언젠가는 한미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최근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이 포착된 것도 방역 해제를 위한 적절한 협상 시점을 찾으려는 의도적 노출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실시 반발에 이은 핵시설 재가동 등 일련의 행보는 북미협상 재개를 상정해 미리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라며 “넓게 보면 대화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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