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거공간을 넘어 일터가 되다

입력
2021.09.06 00:00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인류는 향후 20년간 가장 큰 직업의 변화를 경험할 것이며 배움과 학습 또한 예상보다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미래의 집은 집 이상의 역할을 하며 사람이 원하는 모든 기능을 갖춘 요새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예측대로,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확산된 재택근무와 원격교육 등으로 인해 주거공간 내 활동시간이 급격히 늘면서 집 안으로 사회의 모든 기능이 들어오게 되었다.

‘집콕’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빗댄 신조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울대 김난도 교수는 집의 기본적인 기능에 업무와 학습, 취미와 여가활동이 더해지고 있는 현상을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으로 정의했으며,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홈루덴스(Home Ludens)’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글로벌컨설팅기업인 매킨지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홈오피스, 홈헬스케어, 홈엔터테인먼트 등 집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홈네스팅(Home Nesting)’과 ‘홈코노미(Homeconomy)’ 확대로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이 '위드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앞으로도 집은 사회 및 경제활동의 요새로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미국 내 기업의 83%가 재택근무를 성공적으로 평가한다는 조사가 나온 가운데,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주요국에서 업종을 막론한 많은 기업들이 사무실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주3일 근무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한 제레미 리프킨 교수의 말처럼, 유럽을 시작으로 점차 많은 국가에서 ‘주4일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자녀가 있는 재택근무 직장인과 전문직 프리랜서를 중심으로 도심 외곽의 넓은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급증했다. 초고속 지하터널과 초고속 진공열차, 드론택시 등 장거리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교통혁명이 5~10년 내로 가시화되면서, 이처럼 도심을 벗어나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급증한 매수세에 팬데믹 기간의 유동성 증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집값 상승으로 몸살을 앓게 되었음은 당연한 이치다. 실제로 인구 대비 주택수가 현저히 부족한 우리나라와 미국, 캐나다 등의 경우 위험한 수준의 집값 버블이 형성되었다. 인구 천 명당 주택수가 OECD 평균은 461호, EU 평균은 그보다 높은 491호인 데 반해, 미국은 427호, 캐나다는 424호 수준으로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보다도 적은 전국 기준 411호, 수도권은 380호에 불과해 주요국 중 가장 심각한 주택 수급 불균형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600조 원을 돌파한 내년도 정부예산안이나 여야 대선주자들의 선거공약은 이렇다 할 부동산 공급 대책 없이 여전히 ‘현금 살포’로 가득차 있는 실정이다.

집은 더 이상 수면과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한 거주공간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소득창출을 가능케 하는 경제활동의 기반이 되었다. 혈세만 낭비하는 선심성 퍼주기 지원이나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미봉책에서 벗어나, 도심 외곽에 혁신적 교통망과 미래 라이프스타일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급 대규모 주택 공급이 시급하다. 또한, 공유오피스나 공유스튜디오 등 청년 세대를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도심 내 고밀도 개발도 파격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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