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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동메달’ 주정훈, 종주국 자존심 지켰다

입력
2021.09.03 13:25
수정
2021.09.0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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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전 거쳐 동메달 획득
“메달 들고 할머니 찾아봬 감사 인사 전할 것”

주정훈(오른쪽)이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태권도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러시아 패럴림픽위원회 이살디비로프와 대결하고 있다. 도쿄패럴림픽 사진공동취재단

주정훈(오른쪽)이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태권도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러시아 패럴림픽위원회 이살디비로프와 대결하고 있다. 도쿄패럴림픽 사진공동취재단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 태권도 종목에 ‘종주국’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 주정훈(27ㆍSK에코플랜트)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주정훈은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75㎏급(K44) 동메달결정전에서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의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30)를 24-14로 꺾었다.

16강에서 이살디비로프에게 31-35로 패한 주정훈은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결정전에 올랐고, 다시 맞붙은 이살디비로프에 설욕했다.

동메달이 확정되자 주정훈은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 이살디비로프는 주정훈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주정훈은 “이제 상처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다. 태권도로 돌아오길 잘했다”고 소감을 전한 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은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대회에선 1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정훈은 패자부활 4강에서 부상 투혼을 보이며 “오른 다리는 지금 내 다리가 아니다”고 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 들어서자 매서운 공세를 펼쳤다. 3연속 몸통차기에 성공하며 6-0으로 1회전 초반부터 앞서나갔다. 상대가 머리 부분을 가격하는 위험한 플레이로 감점 당하면서 8-2로 앞선 채 1회전을 마쳤다.

2회전 초반 탐색전을 펼친 뒤 10-6 상황에서 주정훈은 몸통차기를 2차례나 성공했다. 14-7로 앞선 채 3회전에 들어갔고, 주정훈은 끝까지 모든 힘을 쏟으며 마침내 24-14로 승리했다.

주정훈은 이로써 대한민국 유일한 패럴림픽 태권도 국가대표로서 첫 메달을 획득하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주정훈(왼쪽)이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태권도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러시아 패럴림픽위원회 이살디비로프를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패럴림픽 사진공동취재단

주정훈(왼쪽)이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태권도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러시아 패럴림픽위원회 이살디비로프를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패럴림픽 사진공동취재단

두 살 때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은 주정훈은 초등학교 2학년때 부모님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비범한 재능으로 비장애인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주변의 과도한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의 꿈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2017년 12월 다시 도복을 입었고,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며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주정훈은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세계에서 3등을 했다.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메달을 들고 (3년 전부터 치매 투명중인) 할머니를 뵈러 갈 것이다. 못 알아보시더라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할머니 덕에 이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며 “할머니께서 한탄을 많이 하셨다. 우리 손자 너무 잘 컸는데 나 때문에 이렇게 다쳤다고 자책하셨다. 이젠 그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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