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나도 네거티브의 얼룩은 남는다

입력
2021.09.06 00:00
26면

네거티브 점철됐던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이명박 박근혜 두 주인공의 말로를 봐야
이번 대선도 그런 양상으로 가고 있어


2007년 8월 20일 한나라당 17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왼쪽) 후보와 박근혜 후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8월 20일 한나라당 17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왼쪽) 후보와 박근혜 후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권 주자들 간의 당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대통령을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한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런 경선을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 후보, 그리고 그런 후보들이 나와서 다투는 대선을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이 과연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당내 경선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저급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매우 치열했던 경선은 2007년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경선이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간의 경쟁은 너무 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다. 각 캠프에선 서로 네거티브를 하겠다고 선포하며 상대방을 공격하고 나섰고, 또 이에 맞서기 위한 대응 팀을 각자 가동했다. 대선 주자들의 캠프 차원의 공방은 수면 아래서 벌어졌던 싸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었다.

지금과 달리 당시는 SNS나 유튜브 같은 것은 없었다. 박근혜 지지자들과 이명박 지지자들은 그들에게 우호적인 인터넷 언론, 그리고 신문의 토론방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는데, 거기에는 위험 수준을 넘나드는 표현과 사실 적시가 난무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BBK가 어떻고 도곡동 땅이 어떻고, 또 최태민 목사가 어떻고 정윤회가 어떻다는 식의 흑색선전이 퍼졌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은 결코 자신들의 입을 통해서 상대방을 직접 비방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가 정해진 후에 당이 분열되지 않고 본선에 임해서 정권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하면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지사가 벌이는 공방은 위험한 선을 넘었다. 상대방의 과거 어록과 활동은 물론이고 개인의 사적 영역까지, 서로 건드리지 않는 영역이 없다. 이런 공방을 후보자 본인의 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선을 치르고 나서 단일 대오를 이루어서 본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국민의힘의 사정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은 주로 범여권 언론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으나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변변한 답을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이 궤도에 올라가면 윤 전 총장을 향한 당내의 네거티브 공세는 한층 거셀 것이다. 후보 간의 공방이 당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도 네거티브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두 후보 측이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퍼뜨렸던 BBK와 다스 의혹, 그리고 최태민과 그 가족을 둘러싼 루머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결국 진실로 밝혀졌고, 그로 인해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은 유죄판결을 받고 영어의 몸이 됐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정권 교체 욕구가 크기 때문에 '네거티브 공세쯤은 문제가 안 된다', '2007년 이명박도 결국 당선됐다'고 둘러대는 사람들은 이명박의 말로가 어떤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와중에도 품격을 지키고 정책 문제에 집중하는 여야 후보도 있다. 그런데 이들의 지지도는 바닥을 헤매고 있으니 이야말로 한국 정치의 비극이 아닌가 한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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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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