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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엔 탄도미사일, 바다엔 SLBM"... 軍, '북핵 억제력' 강화 사활 건다

입력
2021.09.03 00:10
수정
2021.09.03 07: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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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6 국방중기계획 발표
미사일 파괴·수중 타격 능력 강화
간부 비중 높이고 장병 월급 늘려

우리 자체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해군의 첫 번째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KSS-Ⅲ). 해군 제공

우리 자체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해군의 첫 번째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KSS-Ⅲ). 해군 제공

군 당국이 내년부터 5년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력화’를 중점 추진한다. SLBM 개발에 상당한 진척을 거두는 등 나날이 진일보하는 북한 핵ㆍ대량살상무기(WMD)에 대응해 억제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맞대응 차원이다. ‘한미 미사일지침'이 종료된 것도 우리 군의 본격적인 탄도미사일 개발에 날개를 달아줬다

국방부는 2일 2022~2026년 군사 분야 전력 운용 계획을 담은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탄도미사일 파괴력을 극대화(지상)’하고, ‘SLBM 전력화(해상)’를 시사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국방부는 “해상에서 지상 전략 표적을 파괴할 수 있도록 정밀타격이 가능한 중형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전략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무기체계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지상의 군사 요충지를 타격하는 SLBM을 우리 군의 주요 전략 무기로 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밀 타격 '중형급 잠수함' 지속 확보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2017년 11월 군 당국이 북한의 도발 원점을 고려해 육군 현무-2 지대지 미사일(왼쪽 사진), 해군 해성-2 함대지 미사일 등으로 합동정밀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2017년 11월 군 당국이 북한의 도발 원점을 고려해 육군 현무-2 지대지 미사일(왼쪽 사진), 해군 해성-2 함대지 미사일 등으로 합동정밀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이 SLBM을 차세대 무기로 상정한 건 다분히 북한을 의식한 행보다. 현재 남북 간 SLBM 개발 속도전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북한은 2015년 5월 SLBM 수중 발사 시험을 성공시키며 한발 먼저 치고 나갔다. 하지만 SLBM을 탑재할 신형 잠수함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3,000톤급 잠수함을 진수하고, 다시 잠수함에서 SLBM 시험 발사까지 성공해야 완전한 전력화가 가능해진다.

우리 군의 경우 SLBM 6기를 실을 수 있는 첫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3,000톤)을 지난달 취역시켰다. SLBM 존재 자체가 군사 비밀인 탓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군은 사거리 500㎞의 탄도미사일 현무-2B를 개량한 SLBM 시험 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핵탄두 탑재를 목표로 한 북한 SLBM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지만, 북핵 위협 제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은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군 당국은 아울러 탄도미사일의 성능 향상에도 공을 들일 참이다. 국방부 측은 “탄도미사일 파괴력을 지하 갱도까지 파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극대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역시 북한 핵시설을 겨냥한 조치다. 앞서 5월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과 사거리를 제한해 온 한미 미사일지침이 폐기됐다. 모든 장애물이 사라지면서 군은 이미 탄두 중량 3톤에, 사거리 350~400㎞에 이르는 ‘지대지 탄도미사일’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병장 월급 100만 원 시대' 연다

병영 생활관 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병들. 연합뉴스

병영 생활관 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병들. 연합뉴스

병력 구조를 ‘간부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도 계속된다. 전체 병력은 50만 수준으로 유지하되, 당장 장교과 부사관 등 간부 비율을 올해 37.9%에서 내년 40.5%로 늘릴 방침이다. 미래전에 대비하려면 단기복무 병사보다 숙련 간부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비난 여론의 중심에 선 장병 복지도 대폭 개선된다. 군은 병장 기준으로 2026년 장병 월급 ‘100만 원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실 급식’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8,790원인 1인당 장병 기본급식비도 2024년 1만5,000원까지 올리기로 했다. 또 2025년에는 병사들 거처인 병영생활관이 100% ‘침대형’으로 바뀐다.

예산은 지난해 국방중기계획(2021~2025년)보다 14조5,000억 원 증가한 315조2,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무기체계 개선에 쓰이는 ‘방위력개선비’에 106조7,000억 원, 병력 운용에 필요한 ‘전력운영비'에 208조5,000억 원이 각각 배정됐다. 전체 국방비도 연평균 5.8%씩 늘어 2026년에는 국방비 70조 원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개혁 2.0 완수와 미래 주도의 강군 건설에 중기계획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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