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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물 달라" 심부름에 욕설까지… 자가격리자 '황당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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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전화해서 목마르다고 물 갖다 달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업무상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자가격리자들이 각종 심부름을 시키거나 욕설을 하는 등 과도한 '갑질'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에서 자가격리자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공무원 A씨는 최근 격리자에게 물을 갖다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걸려온 시간은 오후 11시 58분. A씨는 "개인 비서도 아닌데 밤늦게 심부름을 해달라는 건 좀 심한 요구 아닌가"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동료 B씨는 전화로 자가격리 앱 설치를 안내하던 중 격리자가 "못 알아듣겠으니 일단 와보라"라고 요구하는 통에 실랑이를 벌였다. B씨는 "아직 백신도 맞지 않았는데 (민원인들이) 공무원은 다 괜찮은 줄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가격리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종종 격리자와 마주치는 일로도 충분히 불안하다는 게 B씨의 토로다.
경기 양주시 공무원 C씨는 최근 격리자의 무리한 부탁을 물리치느라 진땀을 뺐다. 시에서 격리 기간 생활필수품으로 쌀, 햇반, 라면, 즉석찌개, 참치캔 등을 포장해 보냈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다른 물품으로 바꿔달라는 요구였다. 특정인에게만 별도 물품을 보낼 수는 없다고 안내하자 그 격리자는 "성의가 없다"면서 신경질을 냈다.
공무원들이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충은 다양하다. 한 공무원은 물품을 배송할 관용차가 없어서 사비로 택시를 타거나 배우자를 동원한다면서 "쿠팡맨이 된 것 같다"고 푸념했다. 또 "반려견 산책을 시켜 달라" "쓰레기 봉투가 다 찼으니 치워라" "모텔에서 자가격리했으니 돈을 달라" 등 업무 범위를 벗어난 민원이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진다는 하소연도 쏟아진다. 한 공무원은 "매일 24시간 당직 서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 공무원은 "자가격리자에게 앱 설치를 안내하다 보면 내 휴대폰 번호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는데, 어느 날 밤 격리자가 '인생 상담 좀 해달라'며 전화해 개인적 고민을 털어놔 애를 먹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공무원 대부분은 담당 업무를 계속하면서 자가격리자 관리를 겸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부산의 한 자치구는 최근에야 이들에게 1일 8,000원의 추가 수당을 책정했는데, 이마저도 월 최대 5만 원의 제한을 뒀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이후 자가격리자 수는 지역에 따라 유행 이전인 5월 초 대비 최대 3배가량 급증했다. 경기 지역 지자체 관계자는 "자가격리자 전담 공무원의 업무가 과중해지면 관리 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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