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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만든 조두순법… '전자발찌 살인' 막지 못했다

입력
2021.09.05 11: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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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전자장치부착법 '일대일 보호관찰제' 도입
아동 성범죄만 적용… 전과14범 강윤성 적용 피해
"여론에 쫓겨 '강력범 재범 예방법' 취지 못 살려"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로 감독받던 강윤성(56)이 출소 3개월여 만에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교정당국의 성범죄 전력자 관리에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전과 14범에 재범 징후도 높던 강씨를 별다른 대책 없이 전자발찌만 채워 감시한 건 안일했다는 것이다. 특히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전자감독 제도를 강화할 기회를 잡고도, 당장의 불안 여론 수습에 치중하면서 재범 예방책 전반을 보강하지 않은 건 패착이란 비판이 나온다.

아동 성범죄로 한정된 일대일 감독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2019년 개정된 전자장치부착법, 이른바 '조두순법'을 시행하면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성범죄 출소자에게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정하는 '일대일 보호관찰제'를 도입했다. 조두순 출소를 1년가량 앞둔 시점에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우범자 관리 강화 여론이 높아진 점이 법 개정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일대일 보호관찰제 적용 대상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출소자에 한정했다. 강씨는 두 차례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피해자가 모두 성인이었기 때문에, 올해 5월 출소했을 때 해당 제도를 적용받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 개정 당시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고려하다 보니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아동 성범죄자부터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일대일 보호관찰 대상자는 19명이다.

전문가들은 조두순법 입법 근거가 애초 비합리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인 대상 성범죄자의 재범 비율이 아동 성범죄자보다 높고 재범까지 걸리는 시간도 더 짧다"며 "강씨는 전과가 많아 재범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지만 아동 대상 범죄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일대일 보호관찰 대상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법 개정이 본래 취지인 '재범 방지'가 아니라 한 명의 악명 높은 출소자 '조두순'에 방점을 두고 이뤄진 터라 제도에 한계가 생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재범 위험성에 초점을 맞춘 보호관찰제를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7년 징역쟁이'를 덜컥 세상에

성인기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강씨를 적응 단계 없이 곧바로 사회로 내보낸 것 역시 안이한 처사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씨의 수감 기간은 10대 후반을 시작으로 총 27년에 달하고, 특히 올해 출소 전에는 16년간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 강씨는 수감 중 만난 심리치료 강사에게 출소 직후 "타워팰리스에 살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라며 허황된 포부를 드러냈고, 결국 넉 달도 안 돼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차하면 감옥에 들어가겠다는 심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전과자를 두고 '징역쟁이'라고 부르는데, 강씨도 이런 부류로 보인다"면서 "'출소하면 성공하겠지'란 망상과 '잘 안 되면 재범하겠다'란 자포자기 심정이 결합돼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은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강씨는 출소 후 주민센터에 지원금을 요구하거나 교도소 교정위원이었던 목사의 주선으로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하면서 생계를 꾸렸지만, 결국 금전 문제에 얽혀 살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해당 목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에서 해야 할 출소자 관리를 내가 대신 해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 교수는 강씨와 같은 강력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감옥과 사회의 중간단계인 보호시설에서 심리치료와 교화 과정을 거치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출소한 우범자를 별도 시설에 격리하자는 보호수용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지만, 징벌적 성격이 강해 이중처벌 논란을 비켜가기 어렵다"며 "그보다는 현행 갱생보호시설 인프라를 강화해 강력범죄자들이 자립 준비 과정을 의무적으로 밟고 심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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