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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누각'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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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통계는 인류의 삶에 절대적이었다. 통계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선사시대 수렵 인류는 경험을 토대로 보다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는 거주지를 정했을 것이다. 달력이나 농경법도 오랜 시간 별자리 등 자연을 관측해 통계적으로 나온 결과물이다.
지금은 통계의 가치가 더욱 커졌다. 경제는 물론이고 보건, 사회, 범죄 등 모든 분야에서 통계는 정책 판단과 의사 결정의 척도다. 평범한 이들의 일상도 통계랑 뗄 수 없다. 주택이나 자동차 같은 고가 품목은 물론 사소한 상품 소비에도 필요하고 출퇴근 동선을 정할 때, 심지어 연애를 할 때도 통계적으로 의미를 찾는다.
이렇게 중요하니 모든 국가가 우리의 통계청과 같은 통계를 전담하는 기관을 운영하며 공식 통계를 산출한다. 통계청 외에도 정부부처들은 소관 업무별로 국가승인통계를 뽑아낸다. 여기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민간기구나 단체, 기업들까지 온갖 통계를 쏟아내고 있다. ‘통계의 거짓말’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통계가 넘쳐나니 이면에 ‘칼날’을 감춘 통계도 적지 않다.
통계의 범람 속에도 국가승인통계에는 기본적인 신뢰도가 있었다. 국가가 인정한 공식 통계인 만큼 '팩트'로 통했다. 전국 주택 매매 및 전세가격 조사를 통해 평균 가격 변화를 측정하고 시장의 판단지표와 주택정책 수립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통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부동산원이 '7월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뿌리부터 흔들렸다. 올해 7월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 원으로 한 달 전보다 무려 1억8,000만 원이나 뛰었다. 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매매가격과 전셋값도 한 달 새 약 30% 급등했다. 2012년 1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월 단위로는 최대 폭의 상승이다.
불과 한 달 동안 집값이 미친 듯이 치솟은 이유는 통계 산출을 위한 표본 확대에 있었다. 지난해 통계청의 권고로 부동산원이 7월부터 주간조사(아파트 9,400가구→3만2,000가구)와 월간조사(주택 2만8,360가구→4만6,170가구) 표본을 대폭 늘리자 '진짜 집값'이 드러났다. 집값 통계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호가에 기반한 조사일 뿐"이라며 그간 평가절하했던 민간 통계(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와 되레 비슷해졌다. 결과적으로 민간 통계가 국가의 공식 통계보다 들끓는 부동산 시장을 정확하게 짚어낸 셈이다.
공식 통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그걸 밀어붙인 이들의 “집값은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다”는 등의 자화자찬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허술한 통계로 시장을 진단했으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허술한 기초 위에 견고한 집을 짓는 건 불가능하다.
늦긴 했지만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건 다행이다. 앞으로는 보다 정교하고 정확한 통계를 산출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기대할 만한 여지도 생겼다. 다만 눈앞에는 한 달 새 2억 원이나 오른 아파트값이 아른거린다. 이런 상황을 두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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