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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아편, 그 질긴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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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미 1842년의 중국이 아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8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올린 동영상 제목이다. 1차 아편전쟁에서 참패한 1842년을 콕 집어 “외부세력의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고 독기를 품었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이듬해인 1843년 카를 마르크스는 ‘헤겔 법철학 비판 서설’에 이렇게 썼다. 마르크스주의는 중국 공산당과 국가의 지도이념이다. 시진핑 주석이 “마르크스주의의 충성스런 신봉자, 실천자가 돼야 한다”고 당원들에게 다그칠 정도다. 여기에 아편의 쓰라린 기억이 더해졌으니 중국인이 종교를 어떻게 바라볼지 짐작이 간다.
이처럼 아편에 대한 중국의 반감은 뿌리깊다. 오랜 적개심은 ‘정신적 아편’이라는 주홍글씨로 둔갑했다. “정신적 아편이 홍콩의 미래를 좀먹고 있다”며 홍콩 청소년들에게 중국식 애국교육을 주입했고, 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행동을 지배하는 가스라이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신적 아편이 중국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편이라는 낙인은 어느새 선과 악을 가르는 편리한 잣대가 됐다.
급기야 미성년자 온라인 게임이 난타를 당했다. 관영 신화통신 산하 경제매체가 지난달 3일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고 좌표를 찍자 당국은 불과 4주 만에 “금요일과 주말, 휴일 오후 8~9시 1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상 초유의 지침을 내렸다. 아우성을 칠 법도 하건만 아편이라는 무소불위 금기에 눌려 반대 목소리나 소비자의 불만은 도통 찾아보기 어렵다. 5개월 남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포용과 화합의 정신으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걸핏하면 단죄와 배척의 논리를 들이대며 서슬 푸른 칼날 위를 걷고 있다.
내부 단속에 주력하는 사이 아프가니스탄 정세가 요동쳤다. 아프간은 전 세계 아편의 84%를 도맡아온 최대 생산국이다. 국경을 맞댄 중국은 다시 외부에서 밀려들 아편의 위협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1842년의 치욕을 딛고 180년이 지났지만 아편의 그림자는 안팎으로 중국의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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