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정해인 "군 생활 떠올라...가혹행위 없어졌으면" (인터뷰)

입력
2021.09.01 16:27
수정
2021.09.01 17:24
배우 정해인이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정해인이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넷플릭스 제공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이미지로 '국민 연하남' 수식어를 얻었던 정해인이 늠름한 군인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달콤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그는 각 잡힌 자세로 관등성명을 댄다. 시청자들이 요즘 열광 중인 넷플릭스 시리즈 'D.P.'(디피) 속 모습이다.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웹툰 '아만자'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며,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극 중 정해인은 D.P.로 차출된 이등병 안준호를 연기한다. 구교환이 D.P.조 조장 한호열로 분해 두 사람은 완벽한 케미를 과시한다. 김성균과 손석구 조현철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이야기에 풍성함을 더했다.

1일 오후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정해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주변 선배님들이 잘 봤다고 얘기해주시더라. 감사하고 좋다"며 "아무래도 군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보니까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나 가실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신 거 같다. 우리 작품에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다"고 인사했다.

군대 내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만큼 연기하는 입장에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작품에 탈영병들이 나온다. 다 이유가 있어서 탈영을 한다. 저마다의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 탈영하는데, 자연스럽게 나도 이 작품을 연기하면서 캐릭터를 진지하게 대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며 "가볍게 다뤄지면 안되는 촬영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구교환(왼쪽)과 정해인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넷플릭스 제공

구교환(왼쪽)과 정해인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넷플릭스 제공

한준희 감독은 정해인에 대해 '깊은 내공을 보여주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군필자로서 다시 군복을 입은 정해인은 촬영하며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감독님이 칭찬해주신 기사를 봤는데 감사하면서도 부끄럽죠. 연기하면서 저의 군대 생활이 정말 생각이 많이 났어요.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훈련소 촬영하면서도 많은 생활이 들더라고요. 군 생활을 돌이켜 본 거 같아요. (작품에선) 탈영병 얘기 그런 게 나왔는데 군대도 그렇게 안 좋은 모습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저도 그렇지만 좋았던 기억도 있고, 선임 후임 만나서 '그때 참 재밌었다' 하는 기억도 있죠. 물론 힘든 기억도 많지만요."

정해인은 군대 내 가혹행위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군 생활을 했던 시기가 08군번입니다. 전역을 2010년에 했어요. 'D.P.' 배경이 2014년인데 가슴 아픈 사건 사고가 있었죠. 군 생활하면서... 전에도 그렇고 제가 하는 시기에도 그렇고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가혹행위나 이런 것들이 정말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군대가 많이 바뀌고 요즘은 병역 문화가 개선됐다고 알고 있는데, 더 많이 개선되어서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간 군인들이 건강히 전역하면 좋겠어요."

각 에피소드마다 공개되는 탈영병들의 이야기는 정해인의 가슴에도 깊이 파고들었다.

"가장 공감됐던 이야기는 허치도 병장 이야기였어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저도 할머니랑 같이 자랐고 할머니 사랑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 에피소드 촬영하면서도 마음이 뭉클한 신들이 많았어요. 조석봉 일병의 탈영 에피소드는 마음이 많이 안 좋고 무거웠어요. 촬영하면서도 갑갑했어요. 슬프면서 화도 나고 너무 어려웠죠. 촬영하면서도 많이 울었습니다. 조현철 배우도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배우 정해인이 촬영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정해인이 촬영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넷플릭스 제공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재미난 NG도 냈다. 관등성명을 대는 장면에서 극 중 역할 이름이 아닌 "이병 정해인!"을 외친 것. 정해인은 당시를 떠올리며 "부끄러운 순간이었다"며 웃었다.

"몰입이었는데, 그 몰입을 안준호로서 해야 하는데 정해인으로서 한 거죠. 첫 촬영이 관등성명 신이었는데, 세트가 너무 리얼하고 첫 촬영이라 긴장을 많이 했어요. 선임들 연기가 너무 리얼하니까 긴장이 돼서 저도 모르게 '이병 정해인'이라고... 순간 저도 PST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게 훅 발현이 된 거 같아요. 저도 모르게 제 이름이 나오더라고요."

그는 자신이 맡은 안준호 캐릭터에 대해서 느낀 점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많이 공감을 하며 연기했지만 가정폭력 부분에 대해선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고도 고백했다.

"안준호는 죄의식이 있는 인물이죠. 문제점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문제가 있으면 자기 안에서 찾으려 해요. 죄책감이 늘 있고 자기 스스로 부딪히죠. 준호를 연기하면서 가장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가 저라면 너무 미웠을 거 같아요. 그런데 준호는 나름대로 그것도 인내하고 참는 모습들이 그려지니까. 참 준호를 연기하면서 여러가지가 쉽지 않았네요."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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