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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0.1점’… 사격 박진호 10m 공기소총 복사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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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였다.
대한민국 패럴림픽 사격 박진호(44)가 1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SH1·척수 및 기타 장애) 결선에서 253.0점을 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 나타샤 힐트로프(29·독일)에 0.1점 뒤진 점수였다. 박진호는 지난 30일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자신의 두 번째 메달을 따냈다.
쾌조의 출발이었다. 총 60발을 쏘는 예선에서 638.9점을 맞추며 패럴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박진호는 전체 47명 중 1위로 결선(8명)에 진출했다.
좋은 흐름은 결선에도 이어졌다. 박진호는 첫 10발에서 106.3점으로 선두에 0.1점 차 뒤진 2위에 올랐다. 11번째 총알부턴 2발씩 쏴서 총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탈락하는 ‘서든 데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진호는 11, 12번째 총알을 합쳐 21.0점을 쏘며 선두로 올라섰다. 박진호는 이후 10.3점 이상만 쏘는 꾸준한 기록으로 선두를 계속 지켰다. 경기 중후반 잠시 위기가 찾아왔다. 19번째 총알이 10.1점에 꽂히며 2위로 내려앉았다. 박진호는 그러나 곧바로 10.5점으로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최종 세 명이 남은 스무 번째 총알까지 총점 211.2점으로 2위 힐트로프(210.5점)와는 0.7점 차, 3위 이리나 슈체트니크(22ㆍ우크라이나ㆍ210.3점)와는 0.9점 차였다. 박진호는 21번째 총알로 최고점(10.9점)에 가까운 10.8점에 꽂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힐트로프는 10.6점, 슈체트니크는 10.4점이었다. 금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박진호의 22번째 총알이 문제였다. 9.6점. 박진호가 이날 예선과 결선에서 쏜 84발 중 유일한 9점대 점수였다. 기회를 잡은 힐트로프는 10.6점을 쏘며 총점 231.7점으로 박진호(231.6점)에 0.1점 차로 앞서 나갔다. 10.7점을 쏜 슈체트니크는 총점 231.2점, 동메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운명을 가를 마지막 23·24번째. 박진호는 10.7을 두 번 쏘며 최선을 다했지만, 힐트로프 역시 10.8과 10.6을 쏘며 끝내 0.1점 차를 뒤집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박진호의 얼굴엔 아쉬움보단 뿌듯함이 가득했다. “후회없는 재미있었던 경기였다”고 했다. 박진호는 “영점이 일찍 잡혔고 컨디션도 좋았다”면서 “‘한번 해보자’고 잔뜩 별렀는데 아니나다를까 한 발을 실수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경기력을 다 선보여 후회는 없었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9.6점을 쐈을 때 심경이 궁금했다.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모니터를 안 봐야 하는데 솔직히 나도 모르게 모니터로 눈길이 갔다”면서 “그래도 생각보다 순위가 많이 떨어지진 않아 ‘괜찮다. 끝까지 해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메달을 땄던 첫날 경기보다 오늘 마음이 더 편했다”면서 “스스로 생각했을 때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면 결과가 어떻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아내 양연주(40)씨도 같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으로, 박진호의 권유로 뒤늦게 사격을 시작한 ‘늦깎이 선수’다. 박진호가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는데, 양연주씨는 2003년 사고로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 서로 의지하면서 사랑을 키워 2005년 결혼했다. 한국에서 남편 경기를 지켜본 양연주씨는 전화 통화에서 “남편이 첫 패럴림픽이었던 2016 리우에서 메달을 못 따 많이 아쉬워했다”면서 “‘어떤 메달이든 꼭 가지고 오겠다’고 했는데 벌써 은, 동 두 개나 따줘 너무 고맙다”고 기뻐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박진호의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 3일 50m 소총 3자세, 5일엔 50m 소총 복사에서 추가 메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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