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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처럼... 너릿재 넘어 아기자기 화순 드라이브

입력
2021.09.03 10:00

너릿재~무등산양떼목장~화순적벽~김삿갓종명지
전남 화순 렌터카 여행

화순 이서면 화순적벽 중 창랑적벽. 화순적벽은 신재 최산두가 중국 허베이성 황하의 적벽과 버금간다고 붙인 이름이다. ⓒ박준규

화순 이서면 화순적벽 중 창랑적벽. 화순적벽은 신재 최산두가 중국 허베이성 황하의 적벽과 버금간다고 붙인 이름이다. ⓒ박준규

뻔한 데보다 덜 알려진 곳, 되도록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일 수 있는 환경,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의 여행법이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전남 화순이다.

먼저 대중교통으로 광주까지 이동한다. 항공(광주공항), 철도(광주송정역), 고속버스(광주유스퀘어)로 광주에 도착하면 렌터카를 이용한다. 여느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화순도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는 건 쉽지 않다. 광주를 출발해 화순읍~이서면~동복면~동면을 거쳐 광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드라이브 코스를 잡았다. 화순 드라이브 길은 여수~고흥 백리섬섬길, 진도일주도로와 함께 전라남도가 9월 추천 관광지로 선정한 곳이다.

동학혁명과 5·18의 아픔 간직한 너릿재

첫 목적지는 너릿재 옛길이다. 1971년 너릿재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화순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역사를 간직한 고갯길이다. 험준한 재를 넘던 사람들이 도둑들에게 죽임을 당해 널(관)에 실려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학혁명 때에는 수많은 농민이 처형당했고,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화순과 광주를 오가던 시민들이 공수부대의 총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현재는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치유 공간이다. 숲을 걷다가 돗자리를 깔고 누우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바로 아래에 조의현 조선대 교수(조각가)가 세운 ‘소아르(SOAR)미술관’이 있다. ‘Space Of Art Research’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카페와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 공간으로 이달 12일까지 한빛광주전남여성회의 ‘바/람 바람의 노래’ 라는 제목으로 캘리그라프와 공예작품을 전시 중이다. 삶에 대한 바람(Wish)을 담아 일상을 이어가는 서로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도 살만하지 않은가’라는 긍정의 시각을 담고 있다.

아픔의 역사를 딛고 치유의 숲으로 되살아난 너릿재 옛길. ⓒ박준규

아픔의 역사를 딛고 치유의 숲으로 되살아난 너릿재 옛길. ⓒ박준규


너릿재 입구의 5·18 사적지 화순-2호 표지석. ⓒ박준규

너릿재 입구의 5·18 사적지 화순-2호 표지석. ⓒ박준규


너릿재 아래 소아르미술관. ⓒ박준규

너릿재 아래 소아르미술관. ⓒ박준규


소아르미술관 전시. 12일까지 '바/람'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캘리그라피와 공예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준규

소아르미술관 전시. 12일까지 '바/람'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캘리그라피와 공예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준규


작은 알프스, 무등산양떼목장과 편백자연휴양림

화순 읍내를 통과해 수만리에서 안양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화순 드라이브 중에서도 경관이 수려하기로 소문났다. 수만리생태숲공원을 걷다가 전망대에서 본 마을 풍경이 기막히다.

무등산양떼목장은 사방이 포토존이라 할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200여 마리의 양떼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알프스 자락의 작은 목장이 연상된다. 체험도 자유로워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울타리 밖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새끼 양에게 먹이를 주기 때문에 동물과의 교감이 친밀하다. 입장료는 성인 6,000원.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은 1950~60년대 독림가인 진재량씨가 헐벗은 산에 편백과 삼나무 묘목을 심어 성장한 숲이다. 계단길, 순환로, 호남정맥치유길, 시가치유길, 명상치유길 등 다양한 산책로가 있다.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주는 숲길이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수만리생태숲공원에서 바라본 수만리마을 풍경. ⓒ박준규

수만리생태숲공원에서 바라본 수만리마을 풍경. ⓒ박준규


무등산양떼목장에서 200여 마리의 양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박준규

무등산양떼목장에서 200여 마리의 양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박준규


편백과 삼나무가 어우러진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박준규

편백과 삼나무가 어우러진 무등산편백자연휴양림. ⓒ박준규


여유만만 이서·동복·동면 드라이브

안양산을 넘어 이서면에 이른다. 야사리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3호)는 조선 성종(1469~1494년 재위) 때 마을이 형성되며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세월 동안 주민들이 국운의 융성과 나라의 화평을 기원했던 나무다. 때로는 울음소리로 전란과 불운을 알린 신성한 나무로 여겨지기도 했다. 지금도 매년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내며 정성껏 보호하고 있다. 수령 400여 년에 이르는 야사리느티나무도 마찬가지다.

바로 인근에 규남박물관(주말만 관람 가능)이 있다. 조선 후기 호남의 실학자로, 백성들에게 도움 되는 다양한 기구를 발명하고 지도를 그린 규남 하백원의 물품을 전시하고 있다. 가뭄에 시달리던 농민을 위해 만든 자승차가 대표적이다. 강물의 유속을 이용해 프로펠러의 회전력으로 물을 퍼 올리는 기구로, 수력발전의 원리와 일맥상통한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보다 50년 빠른 동국지도를 제작한 인물이기도 하다.

두 그루가 짝을 이루고 있는 야사리느티나무. ⓒ박준규

두 그루가 짝을 이루고 있는 야사리느티나무. ⓒ박준규


조선 후기 실학자 하백원의 발명품과 지도를 전시하고 있는 규남박물관. ⓒ박준규

조선 후기 실학자 하백원의 발명품과 지도를 전시하고 있는 규남박물관. ⓒ박준규

화순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는 적벽이다. 기묘사화로 화순 동복으로 유배된 신재 최산두가 이곳의 절경을 보고 중국 허베이성 황하의 적벽에 버금간다고 해서 이름 붙였다. 명승 제112호 화순적벽(노루목적벽)과 보산적벽을 보려면 반드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현재 코로나19로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인근 물염정과 물염적벽으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물염정은 조선 중종과 명종 대에 전적(성균관의 학생을 지도하는 일을 맡아보던 정육품 벼슬)을 역임하고, 구례와 풍기군수를 지낸 물염 송정순이 16세기 중엽에 건립한 정자다. 정자 앞의 물염적벽과 산수화처럼 어우러진다. 조금 더 이동해 도로에서 보이는 창랑적벽의 풍경도 못지않다.

노루목적벽은 화순적벽에서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현재는 볼 수 없다. ⓒ박준규

노루목적벽은 화순적벽에서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현재는 볼 수 없다. ⓒ박준규


물염정 인근의 물염적벽. ⓒ박준규

물염정 인근의 물염적벽. ⓒ박준규

동복면으로 접어들면 연둔리숲정이가 기다린다. 동복천변 둔동마을 주민들이 수해를 막기 위해 1500년경 조성한 인공조림이다. 400∼500년 된 느티나무와 왕버들, 서어나무, 수양버들, 뽕나무 등이 700m가량 숲길을 형성하고 있다.

마을 건너편에 김삿갓종명지가 있다. 57세에 화순에서 생을 마감한 방랑 시인 김삿갓을 기리는 곳이다. 안채, 사랑채, 사당과 함께 50여개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동복면 둔동마을 앞 연둔리숲정이. 1500년경 조성한 인공조림이다. ⓒ박준규

동복면 둔동마을 앞 연둔리숲정이. 1500년경 조성한 인공조림이다. ⓒ박준규


화순 동복명 구암리의 김삿갓종명지. 방랑 시인 김삿갓이 생을 마감한 곳이다. ⓒ박준규

화순 동복명 구암리의 김삿갓종명지. 방랑 시인 김삿갓이 생을 마감한 곳이다. ⓒ박준규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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