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접고 배달 라이더 된 식당 주인

입력
2021.09.01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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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영업자들, 특히 식당 카페업자들이 제일 즐겨(?) 보는 모바일 사이트가 있다. 일일 코로나 확진자 추이를 실시간으로 올려주는 곳이다. 이런 정보를 보면서,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자영업자들의 감과 촉이 고도로 예민해져 있다.

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산다. 오전에 수치가 낮으면 희망을 갖다가, 이내 치솟는 확진자에 포기한다. 야밤의 ‘단톡방’은 혀 꼬인 문자가 난무한다. 휑한 저녁 가게를 보면서 혼자 한잔 마신 업자들의 하소연이 올라오는 것이다. 한 후배는 방배동에 전세를 살았는데, 만기가 되어서 가게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 갔다. 전세금을 줄여 직원 월급과 운영비로 충당했다. 며칠 전에는 한 동료의 차를 얻어타고 귀가하는데, 차를 다른 곳으로 몰았다.

"나 여기 집 팔고 ○○동으로 갔어. 벌써 몇 달 됐다."

우리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한 자영업자는 배달 음식 받으러 온 라이더가 낯이 익길래 자세히 봤더니 인사를 하더란다. 근처 식당 주인이었다. 가게를 접고 배달에 나섰다고 한다. 요새 일이 거의 없어진 대리기사들도 배달업에 진출해 있다. 자영업자 사이에선 곧 오토바이를 사게 될 것 같다는 농 반 진 반의 말이 돈다. 가게를 그만둔다는 뜻이다.

요즘 오는 문자 중에는 대출 독려(?)가 꽤 많다. 이런 문자는 원래 스팸인데, 자세히 보니 정상적인 내용이다. 시중은행을 통해 자영업자에게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는 소식을 담고 있다. 동료에게 이 얘기를 하자 한숨부터 푹 쉰다. "벌써 빌려 썼어요."

대출을 하면 나중에 갚을 수 있을까. 얼마나 이 위기가 이어질까. 그 와중에 아이디어가 속출한다. 댓글이 달린다.

"2인 세트 메뉴를 개발합시다. 저녁에는 2인만 되잖소."(이미 하고 있다)

"4인까지 가능한 경우는 백신 접종 완료자들이 2명까지 포함될 경우 아니오? 프로모션을 하자고요. 백신 접종자 예약에 인센티브를 주는 거죠."(그거 좋네)

"순번을 정해서 새벽에 시장에서 채소와 수산물 등을 직접 구매해서 나눠 씁시다."(좋은 생각인데 거래처는 뭐 먹고 사나. 그들도 가게들이 대금 지불을 연체해서 죽을 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도매상이 부도났단다. 대금 못 받아서.)

"그나마 점심은 그럭저럭 손님이 오시는데, 빤한 시간대라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린다. 지역의 회사들에 점심시간 탄력제를 더 늘려 달라고 요청합시다."(요청한다고 해주겠나. 그나마 술집들은 점심을 안 하니 손님 없다.)

매우 극단적인 글도 많다. 여기에 다 옮기지 않는다. 정치적 견해 차이도 있을 것이고, 사람마다 상황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 분명한 건 이 상황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은 누적된 적자, 보이지 않는 미래에 정말로 코너에 몰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추석 쇠고, 10월이 되면 완전 접종자가 늘고 거리두기 단계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유일한 희망이다. 그때까지만 버티자고 서로 독려한다. 과연 나아질까. 정부는 애를 쓰고 있고, 어쩌면 그나마 경제를 돌리면서 끌고 간다는 노력도 감지된다. 전염병이란 것이 인력으로 안 되는 일도 있다는 사실도 안다. 델타 감염이니, 돌파 감염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불확실성의 위협도 안다. 그래서 더 불안한 것이다. 우리들은 살아남고 이 시대를 옛일처럼 잊을 수 있을까.



박찬일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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