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떠나자 中 ‘무기거래조약’ 총회서 큰소리

입력
2021.09.01 14:33
수정
2021.09.01 14:3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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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빠진 ATT 총회, 中 회원국으로 첫 참석]?
①테러·공포?여전, ’포스트 아프간’ 의제 선점
②”너나 잘하세요” 대만 무기지원 美에 반격
③中 싸구려 이미지 탈피, 수출 지렛대 확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특수부대로 알려진 '바드리 313 부대' 소속 병사들이 지난달 31일 미군 철수가 완료된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특수부대로 알려진 '바드리 313 부대' 소속 병사들이 지난달 31일 미군 철수가 완료된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중국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맞춰 유엔에서 큰소리쳤다. 아프간의 혼돈상황에 빗대 테러세력 준동과 재래식 무기 불법거래를 경고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도 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참석하지 않은 회의에서 조목조목 그간의 행태를 꼬집었다. 무책임한 미국을 비판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중국이 국제사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①’포스트 아프간’ 주도권 잡아라

지난달 13일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에서 실시된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훈련에 참가한 양국 대원들이 중국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닝샤=AP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에서 실시된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훈련에 참가한 양국 대원들이 중국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닝샤=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제네바에서 유엔 ‘무기거래조약(ATT)’ 총회가 열렸다. ATT는 민간인 살상이나 테러 등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에 무기가 사용되지 않도록 음성적 거래를 규제하는 조약이다. 한국을 포함, 지난해 8월 기준 109개국이 가입했다.

리쑹 중국 군축대사는 “전 세계에 공포주의와 극단주의가 여전하다”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테러의 위협이 아직 근절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래식 무기의 불법 이전과 전용 위험이 커졌다”고 대응을 촉구했다. 다분히 아프간의 혼란 상황을 부각시킨 발언이다.

지난해 ATT에 가입한 중국이 총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반면 미국은 2019년 4월 ATT 탈퇴를 선언하며 박차고 나갔다. 최대 무기수출국이 빠져 김이 새긴 했지만,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충돌을 의식하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며 할 말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날 리 대사는 “노골적 내정간섭으로 국제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해치는 국가가 있다”면서 미국의 무리한 아프간 군사개입과 무책임한 철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②”너나 잘하세요” 美 압박에 반격

주요국 국방예산 규모

주요국 국방예산 규모


ATT는 중국에게 양수겸장 카드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해 ATT 가입 신청 단계부터 △자주국방에 도움이 되고 △지역 안보와 세계의 안정을 저해하지 않으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무기수출 3원칙을 강조해왔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수출을 늘려가는 상황과 정면 배치된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과 맞물려 중국이 ATT를 고리로 미국에 반격할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중국의 핵무기 증강을 걸고 넘어지는 미국에 맞서는 효과도 있다. ATT조차 외면한 미국이 중국에 군축을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되받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핵무기 격납고를 현재 20개에서 10배인 230개로 늘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350개에 달한다. 이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7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중국의 급속한 핵무기 발전이 우려된다”며 “최소 억제에 기초한 오랜 핵전략에서 급격히 이탈했다”고 강조했다.

③中, 싸구려 이미지 탈피...무기수출 지렛대 확보

각국의 무기수출 비중

각국의 무기수출 비중


올해 중국 국방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6~2020년 중국의 무기수출 비중은 전 세계 5.2%로 미국(37%)에 한참 뒤진다. 그마저도 수출량의 70%가량은 파키스탄에 치중돼 쏠림이 심하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중국은 미국, 러시아와 달리 지난 수십 년간 전장에서 실전 경험이 없다”면서 “군 현대화를 통한 경쟁력에도 불구, 중국산 무기를 외국 소비자에게 어필하기에는 아직 대등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은 저비용을 강점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무기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SIPRI가 2011~2015년과 2016~2020년을 비교했더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중국산 무기가 5년 만에 각각 386%, 169% 증가했다. 시장을 좌우하는 미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과거 홀대받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런 상황에서 ATT는 중국이 ‘싸구려’ 이미지에서 벗어나 무기수출에 박차를 가할 지렛대나 마찬가지다. 미국 국방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미국의 안보파트너들이 중국이라는 옵션을 매력적으로 여긴다면 미국의 핵심이익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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