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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FDA 백신 담당 간부 2명 돌연 사임.... "백악관, 과학 앞서간다" 불만 표출

입력
2021.09.01 1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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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내 전문가보다 강한 백악관 입김 탓
갈등 기류 지속... 부스터샷이 결정적 계기
백악관 "전문가들의 의학적 결정" 진화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야외 접종센터에서 한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브라운스빌=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야외 접종센터에서 한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브라운스빌=AP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평가·승인 작업을 이끌어 온 고위 간부 2명이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 시행 등과 관련, 백악관이 FDA의 전문가들보다 먼저 의견을 제시한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백신연구검토실의 마리온 그루버 실장과 필립 크라우즈 부실장은 다음 달 31일, 11월까지만 각각 근무한 뒤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CBER는 인체에 사용되는 의약품 평가·승인을 맡는 곳이다. 사실상 코로나19 백신 관련 업무를 총괄해 온 두 사람이 한꺼번에 FDA를 떠나게 된 셈이다.

FDA 직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직원은 “FDA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게 됐다.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FDA에는 12세 미만 백신 접종 승인 여부 등 업무가 산적해 있어 후폭풍이 더 클 전망이다. 피터 막스 CBER 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후임자 물색 작업을 바로 시작했다. 백신연구검토실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독이고 나섰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그루버 실장 등이 사임을 결정한 배경에는 FDA와 백악관 간 미묘한 갈등 기류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CNN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과학을 앞서가고, FDA가 (검토를 거쳐) 발표할 사안을 미리 단정짓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백신 평가·승인은 FDA의 전문적 영역인데도, 백악관이 미리 결론을 정한 듯한 모습이 반복돼 왔다는 뜻이다.

특히 결정적 계기는 부스터샷 접종이다. 같은 날 미 CNBC방송은 “FDA가 부스터샷 데이터 검토를 끝내기도 전에 연방정부가 ‘전 국민 접종’을 결정한 건 미숙하고 정치적이라는 전문가들 의견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부스터샷 간격이) 8개월보다 짧아야 할지, 아니면 5개월이어야 할지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접종 간격 축소를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백악관은 두 사람의 사임에 대해 “부스터샷 접종은 재닛 우드콕 FDA 국장대행 등 여러 전문가들의 검토 및 논의 끝에 결정된 의학적 결론”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갈등설’ 진화에 나섰다. 미국에선 이달 20일부터 전 국민 부스터샷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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