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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밥을 잘 사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계산도 솔선수범한다. 비즈니스나 보험 성격이 아니다. 자기 과시나 시혜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베푸는 것이 생활화된 사람들이다.
사주에 식신(食神)이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다. 명리학에서는 사람의 품성을 열 종류로 나눈다.
사주의 일간(日干, 생일 위 글자)과 팔자(八字) 중 나머지 일곱 글자와 생극제화(生剋制化) 법칙을 적용한 오행으로 다섯 가지다. 여기에 음양(陰陽)으로 구분하면 열 개가 된다. 이를 십신(十神) 또는 십성(十星)이라 한다.
그중 하나가 식신이다.
식신은 사주의 주체인 일간의 오행(五行, 木·火·土·金·水)이 목(木)일 경우, 목이 도와주는(生) 화(火, 木生火)가 식상(食傷, 食神?傷官)이다. 이 중 일간 木과 음양(陰陽)이 같은 火가 식신이다.
사주에서 일간의 오행이 木으로 양(陽)인 갑(甲)이면 천간(天干)에 陽인 병(丙)과 지지(地支)의 사(巳)가 식신이 된다.
식신은 말 그대로 '밥(食)의 신(神)'이다. '먹을 복'을 타고났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십신(十神)을 길신(吉神)과 흉신(凶神)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길흉 개념도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식신을 최고의 길신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이는 장수(長壽)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사주에 식신이 있다고 부유한 것은 아니다. 재물의 크기인 재성(財星)과 지키는 힘인 관성(官星) 등의 오행이 중화(中和)를 이뤄야 부자가 된다.
일단 식신은 넉넉한 마음으로 베풀고 나누는 성품이다. 주는 것(give)에 받는 것(take)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고, 부자라고 모두 후하지는 않다. 인색함이 검약은 아니고, 후함이 낭비가 아니다. 후함으로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삶이 궁색해 보인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생전 지론이다.
예로부터 베풀며 사는 것은 미덕이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었다. 주역(周易)에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이란 말이 있다.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고, 선을 쌓지 못한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 '죄는 지은 대로 가고, 공은 쌓는 대로 간다'와 의미가 같다.
조선시대 광화문 부근에 적선방(積善坊)과 여경방(餘慶坊)이 있었다. 주역에서 따온 지명으로 현재 청와대 부근 적선동이 여기서 유래했다.
다산 정약용은 서제(庶弟) 약횡에게 보낸 편지에 예기(禮記)를 인용해 "제일 좋은 것은 덕(德)에 힘쓰는 것이고, 다음은 베풀고 보답하는 일에 힘쓰는 것이다(太上務德 其次務施報)"라고 가르쳤다.
종교의 공통분모 역시 나눔과 베품이다. 불교에서 보살의 실천 덕목인 육바라밀 가운데 첫 번째가 보시(報施)다. 구체적으로 재물의 보시(財施), 법의 보시(法施), 두려움을 없애는 보시(無畏施) 등으로 명시했다.
성경에도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해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해지리라" 등의 구절이 곳곳에 나온다.
이슬람교는 신앙고백, 기도, 단식, 성지순례에 자선(慈善)이 신자의 5대 의무다. 꾸란에 "예배를 드리고 자카트를 바치라. 너희 스스로를 위해 자선을 베푸는 사람에게 알라께서 보상할 것이라"라고 나와 있다. 자카트(Zakat)는 일종의 기부금을 말한다.
미국 와튼스쿨 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저서 'Give and Take,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에서 인간형을 받기만 하는 자(Taker), 타산적인 자(Matcher) 그리고 베푸는 자(Giver)로 분류한 바 있다.
명리학에서도 운명을 바꾸기 위한 개운법(開運法) 중 하나가 베푸는 것이다.
식신의 성격은 덧셈, 뺄셈보다 나누기에 능한 사람이다.
중국 한나라 때 학자 유향은 "은혜란 베풀기는 이곳에서 해도, 그 보답은 다른 곳에서 받을 수 있다(有恩於此 故復於彼)"고 했다. ('설원·說苑')
베풀어서 망한 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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