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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대리점주 극단 선택… 유서엔 "노조 괴롭힘에 하루하루가 지옥"

입력
2021.08.31 20:44
수정
2021.10.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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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연합회 "노조원 집단 괴롭힘에 시달려" 주장
택배노조 "수수료 지급 문제 갈등... 경찰조사 응할 것"

경기 김포시에서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점주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한 대리점 구성원들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논란이 예상된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에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는 대리점주 A씨가 전날 오전 택배를 배송 중이던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가 공개한 A씨 유서에는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과 갑질을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처음 경험해 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됐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A씨는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며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썼다. 그는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여러 사람을 선동해 한 사람을 괴롭히는 일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리점연합 측은 "해당 대리점 조합원들은 쟁의권도 없이 3개월 동안 불법파업, 폭행, 폭언 등을 지속해왔다"며 "고인과 유가족 뜻에 따라 조합원의 만행을 밝히고 처벌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택배노조는 이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A씨와 노조의 갈등은 수년 동안 지켜지지 않은 수수료 정시 지급 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원청은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하며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택배대리점연합회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확인하고 있으며 자체 조사를 통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경찰 조사에도 응하겠다"며 "현재 상중인 관계로 노조는 '불법 파업' 등 진위를 다투는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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