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살해 6시간 전 절단기 구입… '전자발찌 연쇄살인' 계획 범죄였나

'범행 후 발찌 끊고 도주' 계획 세웠을 가능성
도주에 쓴 렌터카는 절단기 구입 전날 빌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씨가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56)씨가 첫 번째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절단기를 구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강씨가 범행을 사전 계획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범행 동기와 도주 방법을 확인하고 있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3시 57분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철물점에서 절단기를 구입했다. 이 절단기는 강씨가 하루 뒤인 27일 오후 5시 31분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전자발찌를 끊는 데 사용됐다. 강씨가 첫 살인을 저지른 시점이 26일 오후 9시 30분~10시인 점을 고려하면, 강씨가 범행 및 도주 계획을 세워두고 절단기를 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의혹에 대해) 피의자가 정확히 답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각물_전자발찌 살인범 3가지 논란과 법무부 설명

경찰은 강씨가 지인에게 빌린 렌터카로 도주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강씨는 해당 차량을 25일부터 사용했는데, 애초 범행을 위해 차를 빌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씨는 전자발찌를 훼손한 다음 날인 28일 오전 9시쯤 해당 차량을 서울역 인근에 버린 뒤 버스·지하철을 이용해 김포공항역까지 도주했다. 이후 29일 오전 3시쯤 송파구 소재 주차장에서 두 번째 살인을 했다. 강씨가 그날 오전 8시쯤 경찰서에 자수할 당시 몰고 온 차량은 두 번째 피해자의 차량이었다.

경찰은 강씨가 범행 전후 및 도주 과정에서 연락한 이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와 휴대폰 포렌식을 실시하고 있다. 또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강씨의 심리와 정신상태를 분석하고 범행 동기를 파악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강씨를 구속한 경찰은 강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에도 착수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