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급제동, 기자 출신 의원들이 '브레인'이었다

입력
2021.08.31 20:30

"여당 수정안은 눈속임" 지적
김기현 원내대표 심야 협상 '백업'도

31일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언론중재법 관련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31일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언론중재법 관련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이 모처럼 '야당의 힘'을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일부 손질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법안 폐기 말곤 안 된다"고 버텼다. 국민의힘의 강경 노선은 기자 출신 의원들의 결기와 지략에서 나왔다. 여야 심야 협상이 이어진 30일, 이들은 국회에 모여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협상을 지원했다. 언론중재법에 찬성하거나 침묵으로 대응을 회피한 민주당의 기자 출신 의원들과는 달랐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 수정안을 들고 나타났다. 고의·중과실 추정 등 대표적 독소조항이 삭제돼 있어 솔깃한 안이었다. 그러나 정진석, 최형두, 김은혜, 박대출, 윤두현, 조수진 등 기자 출신 의원들은 "수정안엔 독소조항이 남아 있다. 언론 통제라는 본질은 그대로"라며 수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의원은 "여당이 삭제하겠다고 한 조항 이외에도 고의·중과실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 삭제 효과가 없다. 독소조항을 없앤 것처럼 시늉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 출신이 아니라면 찾아내기 어려운 함정이었다. 박대출 의원은 "법안이 갖고 있는 독소를 한 숟가락 덜어낸다고 해서 독이 빠지는 건 아니다"라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탄 법이라는 게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최형두, 조수진 의원도 민주당 수정안에 반대했다. 당내 의견은 '수용 거부'로 자연스럽게 모아졌고, 언론중재법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칠 한 달의 시간을 벌었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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