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는 맞는데... 벌써부터 '언론중재법 협의체'에 쏟아지는 의구심

입력
2021.08.31 2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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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에 처리 일자와 협의체 구성만 명시
與 "수정" 野 "폐기"... 출발선부터 동상이몽
합의 실패하면 민주당 입법 독주 재연 우려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과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의장실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의사일정에 합의한 뒤 서명한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과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의장실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의사일정에 합의한 뒤 서명한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1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존폐 여부를 별도 협의체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시한폭탄’의 점화 스위치를 누를 시간만 미뤄졌을 뿐이다. 법안 상정 일자와 구성만 겨우 담은 ‘느슨한 합의’인 탓에 협의체가 제대로 돌아갈지 벌써부터 우려와 비관이 쏟아진다. 혹여 ‘협의’에 실패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여당의 입법 독주가 재연되고, 별도 기구는 ‘들러리’에 그쳤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크다.

與, '입법 독주' 우려 수용했지만...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한목소리로 ‘협의체를 통한 원만한 합의’를 기대했다. 별도 논의기구는 민주당이 제안했다. 원로그룹 등 내부에서조차 거대 여당에 의한 입법 폭주 지적이 나오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압박해 온 언론단체와 학계, 야당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야의 대타협이라고 보기엔 헐거운 구석이 적지 않다.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하는 ‘사회적 대화’를 표방하면서도 활동 시한(9월 26일)을 못 박은 것부터 이례적이다. 또 정의도 애매한 ‘가짜뉴스’ 등을 논하기에는 협의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비판도 많다. 협의체는 성원은 양당 의원 2명씩, 양당 추천 전문가 2명씩, 총 8명이다. 일견 고른 안배로 비치지만 군소 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언론노조 등 유관 시민결사체의 다양한 의견을 배제할 가능성이 큰 ‘양당’만의 협의체”라고 깎아내렸다.

헐거운 합의문, 진통 예견된 협의체

31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31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진짜 문제는 양측이 한 달 사이 과연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염두에 둔 논의 ‘출발선’부터 다르다. 민주당은 “우리가 준비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할 것”(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기존 법안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협의돼야 한다”(한준호 원내대변인) 등 이미 마련한 개정안의 얼개는 흔들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등의 세부 조항을 일부 수정ㆍ보완하는 선에서 합의를 모색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안을 놓고 논의한다고 동의한 적이 없다”면서 법안 폐기 후 백지 상태에서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힘은 협상 과정에서 ‘고의ㆍ중과실 추정’ 조항 등을 없애겠다고 민주당이 제안한 만큼 상대가 더욱 완화된 방안을 가져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당 안에는 ‘처리 시한도 늦춰졌는데 법안마저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수정 불가를 외치는 강경 기류가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문구가 떠오르는 이유이다.

양당이 끝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파국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합의문을 근거로 “무조건 9월 27일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협의체는 ‘사회적 논의를 거쳤다’는 명분만 민주당에 주고 유령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합의 없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 등 저지 수단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8월의 갈등이 한 달 뒤 그대로 되풀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은별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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