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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나랏빚 1000조 넘어가는데...정부는 "세금만 더 걷히면 OK" 믿어도 될까?

입력
2021.08.31 17: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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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본예산 첫 600조 원...나랏빚 1000조도 돌파
1인당 국가채무 2천만원..정부 "재정 건전성 기반 마련"
위기 진행 중인데... 세수 전망 너무 장밋빛 비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해마다 역대 최대 예산을 꾸려온 문재인 정부가 내년 예산도 올해 본예산보다 8.3%가 많은 604조4,000억 원으로 편성하며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400조 원에 불과했던 본예산 규모도 5년 만에 200조 원 이상 불어나게 됐다.

총지출이 총수입을 넘어서는 ‘마이너스 재정’을 3년 연속 이어온 탓에 나랏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50.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빚을 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착한 부채론’이 문 정부 확장재정 기조의 이유지만, 단기간에 나랏빚이 과도하게 늘어 차기 정부 재정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재정이 든든한 버팀목이라지만…국가채무 눈덩이처럼 불어

정부는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604조4,000억 원의 내년 예산은 슈퍼 예산이라 불린 올해 본예산(558조 원)보다 46조4,000억 원(8.3%)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완전한 회복과 강한 경제'를 위해 내년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며 "작년과 올해 확장적 재정 정책의 효과를 실감했고,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된 방식이었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초슈퍼 예산’이 편성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질주’는 5년 내내 이어지게 됐다. 5년간 정부 본예산은 200조 원 늘었고, 연평균 정부 예산 증가율도 8.58%에 달한다. 코로나19 피해지원 등을 위해서였다지만, 브레이크 없는 확장재정으로 재정 운용 여력을 떨어트린다는 비판도 거세다.



실제 급격한 확장재정을 충당하고자 적자국채를 과다 발행하면서 나랏빚은 빛의 속도로 불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36.0%에서 내년(50.2%)에는 처음으로 50%를 넘게 된다. 재임기간 14.2%포인트 뛰었다. 이명박 정부(5.8%포인트), 박근혜 정부(3.4%포인트)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확장 재정을 편 노무현 정부조차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7.0%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대로라면 5년 뒤 60% 돌파(2025년 58.8% 추산)도 시간문제다.

사상 첫 600조 원대 예산 편성해놓고 “재정건전성 기반 마련” 자평

내년 국가채무 1,068조3,000억 원을 국내 인구(5,183만 명)로 나눈 1인당 국가채무는 약 2,061만 원으로, 1인당 국가채무액이 2,000만 원대에 진입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나랏빚 1,000조 원, 국가채무비율 50%의 유례없는 빚 폭탄을 떠안긴 내년 예산에 대한 정부 자체 평가는 후하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재정건전성을 따질 땐 국가채무비율 못지않게 통합재정수지 추이도 중요하다”며 “세수 증대에 힘입어 내년에는 통합재정수지가 크게 개선되는 만큼 재정건전성 회복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확장재정이 경제회복을 이끌고, 그에 따른 세수 증대가 재정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시화됐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재정 선순환’을 강조한 배경에는 세수 증대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세수가 늘면서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폭은 올해 2차 추경 기준 ?4.4%에서 내년엔 ?2.6%로 개선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당장 내년 국세수입(338조6,000억 원)만 해도 본예산보단 55조9,000억 원(19.8%), 확대된 세수를 반영한 2차 추경과 비교해서는 24조3,000억 원(7.7%) 더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기관별 경제 전망과 전문가 자문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국세수입 예산안을 편성했다”며 “외환위기 등 통상 위기 이후 회복기엔 경제 성장률보다 세수 증가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로 내년 소득세(5.6%)와 법인세(12.6%), 부가가치세(9.7%) 등 3대 세목이 모두 크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낙관적 세수 전망에 또 빚낼까 우려 커

장기 세수추계도 장밋빛이다. 정부는 이날 내놓은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세수입이 연평균 5.1% 늘면서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은 2025년까지 ?3.0% 이하로 유지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재정준칙 도입 목표 시한인 2025년에는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를 각각 60%와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준칙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는 현 상황은 위기 이후 회복기가 아니라 여전히 위기 상황인 만큼 정부가 세입 규모를 낙관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년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뎌 세수가 부족해질 경우 정부는 또 다시 빚을 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기업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기저효과로 반사이익을 본 수출 증가율마저 꺾이고 있다”며 “세수 증가로 확장재정과 재정건전성을 모두 잡겠다는 정부 구상은 희망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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