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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위선자”…아프간 철군에 중국이 14년 전 영화를 들먹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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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급기야 14년 전 영화를 소환하며 미국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했다. 아울러 미군의 잔학상을 강조하면서 패배자의 낙인을 찍는 데 주력했다.
쉬구이샹 신장위구르자치구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미국 파라마운트사가 9ㆍ11 테러 6년 후인 2007년 제작한 영화 ‘연을 쫓는 아이’를 거론했다. 1979년 옛소련 침공과 탈레반 득세, 기약 없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당시 아프간의 격변을 다룬 영화다. 그는 “2001년 미국이 반테러를 명분으로 아프간에 개입했지만 오히려 전란과 사회불안을 조장했다”며 “영화 찍을 장소조차 마땅치 않아 수도 카불 대신 중국 신장지역에서 주요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아프간 군사개입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에 이를 갈고 있다. 아프간을 근거지로 신장지역 분리독립 세력을 지원하며 테러를 선동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11월 ETIM을 테러단체 지정에서 해제해 중국을 자극했다. 이에 쉬 대변인은 “미국은 위선자”라고 맹비난하면서 “대체 미국은 아프간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중국 매체들은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하는 동안 테러범보다 민간인을 더 많이 살상했다”고 주장하며 가세했다. 카불 공항 폭탄테러에 대한 미군의 보복공습으로 29일 두 살배기를 비롯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숨졌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환구시보는 31일 “미군이 무고한 주민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다”며 “주민 1,000명의 죽음보다 테러범 1명을 처단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군의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였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해외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조사에 나서자 ICC 관계자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점을 문제 삼았다. 아프간 전문가인 주융뱌오 란저우대 정치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체면을 세우고 국내 불만을 달래려 서둘러 누군가에게 복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그럼에도 미국이 책임을 회피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한 시한에 맞춰 성급히 철수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아냥댔다. 미국의 아프간 개입은 ‘정치 전쟁’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승리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미국의 정치적 요구에 맞춰 병력을 아프간에 보냈다는 주장이다.
이에 겅솽 유엔 주재 중국 부대표는 30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군의 아프간 철수는 책임의 끝이 아니라 반성의 시작”이라며 “관련국이 아프간에 큰 재난을 초래하고 떠나면서 책임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지 말라”고 촉구했다. 류중민 상하이외국어대 중동연구소 교수도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 아프간 인접국과 유럽연합(EU) 등 우방, 거기에 유엔에까지 손을 벌리며 아프간의 혼란 상황을 무마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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