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의전' 비판하려던 대선주자들 뜻밖의 부메랑

황교안 전 총리 "인권 쇼 비참한 결말" 비판에
네티즌 '플랫폼 황제 의전' 소환 "창피하지 않냐"
홍준표 '장화 의전', 이낙연 '혼자 우산'도 도마에

황교안 총리 재임 시절, 황 전 총리가 서울역 플랫폼까지 타고 온 관용차. 인터넷 화면 캡처

직원에게 무릎 꿇고 양손으로 우산을 받치게 한 이른바 '법무부 과잉 의전'을 비판하고 나선 여야 대선주자들이 이전에 과한 의전을 받았거나 트집 잡힐 만한 장면이 담긴 사진 때문에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황교안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권 쇼의 비참한 결말.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충격적인 짤 사진이 언론에 노출됐다. "북한인가? 눈을 의심했다. 21세기 자유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문재인 정권이 귄위주의 정부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상징적인 영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근무하던 법무부는 자부심이 넘치던 조직이었다"며 "차관 뒤에서 우산을 받치려 무릎을 꿇는 직원은 어떤 마음 상태였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자신이 재임했던 시절과 비교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총리 시절 노인복지관에 방문했을 당시 그가 이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통제해 노인들이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같은 황 전 대표의 비판은 총리 재임 시절 자신의 의전 논란을 소환하며 부메랑을 맞고 있다. 그는 2016년 3월 20일 KTX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열차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타고 진입한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그가 탔던 차량 때문에 일부 시민들의 이동까지 막아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황 전 대표는 2015년 7월 서울 구로노인복지관을 방문했을 때는 그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인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계단으로 다니는 사진이 퍼지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황 전 대표가 탄 차량이 지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7분 넘게 도로를 통제하며 교통 체증을 부르기도 했으며, 관용차를 타고 오송역 버스 대기장소까지 들어가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논란이 됐던 사진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부끄럽지도 않냐"고 비판했다.

주민과 우산 쓴 홍준표에 "장화도 혼자 못 신으면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7년 7월 19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수해 지역을 찾아 허리를 숙인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장화를 신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화면 캡처

같은 당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28일 "국민은 비오는 날 이렇게 모시고 가는 겁니다"라며 직접 우산을 들어 주민과 함께 쓰고 걷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곤란을 겪고 있다. 누리꾼들이 "'장화 의전'을 받지 않았냐"며 증거를 제시해서다.

홍 의원은 2017년 7월 17일 여야 당대표 청와대 오찬을 거부하고 폭우 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의 한 마을을 방문해 수해복구 활동을 펼칠 때 장화를 직접 신지 않고 옆에 있던 관계자가 허리를 숙여 장화를 신겨줬다. 이 같은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돼 기사화되면서 "장화도 혼자 못 신으면서 다른 사람 도우러 갔다"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옆 사람 제대로 씌워주지 못한 이낙연에 "우산 같이 쓰는 법 모르나"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29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임호선 국회의원 지역사무소에서 열린 중부3군 핵심당원 간담회를 마친 후 우산을 들고 걷고 있다. 이낙연캠프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낙연 전 대표도 우산 사진을 올렸다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 전 대표가 29일 충북 음성군에서 중부3군 핵심당원 간담회를 마친 뒤 직접 우산을 쓴 채 같은 당 이장섭 민주당 의원과 나란히 빗길을 걷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이낙연 캠프가 배포했다.

그런데 사진 속 이 전 대표는 우산이 없는 이 의원을 제대로 씌워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우산을 같이 쓰려면 어느 손으로 잡아야 하는지도 모르나? 저건 상대방은 쓴 것도 아니고 안 쓴 것도 아니고…"(dduk****) "우산을 같이 쓸 때는 한 쪽이 비를 덜 맞도록 최소한 우산대를 가운데 두거나 상대방 쪽으로 기울입니다"(6284****)라며 혀를 찼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