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에 뜬금없는 '음식점 금주령' 꺼낸 일본 

입력
2021.09.01 04:30
<45> 코로나 19 사태와 현대판 금주령

편집자주: 우리에게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격주 수요일 연재되는 ‘같은 일본, 다른 일본’은 미디어 인류학자 김경화 박사가 다양한 시각으로 일본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물입니다.

공중위생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시민들이 프라이버시 포기에 일시적으로 동의했을 뿐인데 비상시국이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하고 있다. 공권력이 사생활 깊숙이 개입하는 상황이 어느 사이엔가 당연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러스트 김일영

◇코로나 19 백신 접종의 당위성은 이해하지만

백신을 맞으니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주사 맞은 어깨가 점점 무겁고 체온이 스멀스멀 오른다. 관절도 슬쩍 쑤신다. 이전에도 독감 백신을 맞아본 적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불편한 반응이다. 백신 접종이 다소의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던 바다. 가벼운 몸살 기운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가 만들어지는 중이라는 증거인 만큼 기쁘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접종 후에 응급실 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반응이 이 정도인 것에 감사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어도 본다. 젊을수록 백신 반응이 심각하다고도 들었는데 오히려 애석해야 하나 반문도 해 본다. 미열에 시달리며 이런저런 사색을 하다 보니, 문득 전 세계에서 수억이 넘는 사람이 이런 불편함을 느꼈겠구나 하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모두를 고통스럽게 옥죄는 팬데믹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앞서 있는 미국, 영국 등에서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백신의 효과가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불안한 예측도 있다. 백신 접종의 당위성은 이해하지만, 그로써 팬데믹이 종결될 것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불안한 불확실성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주삿바늘에 기꺼이 한쪽 어깨를 내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재확산에 “현대판 금주령”

코로나 19 바이러스 상황은 일본에서도 심각하다. 수천 명에 머무르던 일일 확진자가 올림픽 이후 수만 명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백신 접종 비율이 인구의 50%에 육박하지만 감염 상황은 악화일로다. 애초에 팬데믹 시국에 올림픽을 강행한 정부에 대한 불신도 크다. 방역 당국이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한탄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중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바이러스 만연 방지를 위한 중점 방역 수단의 하나로 음식점에서의 주류 판매를 금지한 조치다.

한국 못지않게 일본에도 애주가가 많다. 한국처럼 잔을 돌리거나 ‘원샷’을 외치는 음주 문화는 아니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 술은 빠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음주를 동반한 만남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일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감염의 근본적인 원인은 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만남이다. 술을 못 팔게 하는 것보다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줄이는 조치가 절실하다. 그런데 이 주류 판매 금지령은, 술과 가라오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않는다면 음식점 영업을 계속해도 좋다는 내용이다. 술 판매를 제한할 뿐, 정작 사람들의 접촉은 방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음식점이 술 대신 무알코올 맥주나 무알코올 와인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술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가 음식점의 정당한 영업권을 침해할 뿐 방역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코로나 감염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장소는 가정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 뒤를 이어 요양원 등 노약자 시설, 직장, 통학・통근 등의 순서로 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이니, 음식점이나 회식 자리에서 감염이 일어나는 비율은 오히려 낮은 편이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영화관 등 대형 상업 시설은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는 마당에, 빈사 상태에 내몰린 음식점에만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현대판 금주령’에 대한 일본 시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실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해서 술을 규제한 나라는 일본뿐 아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등에서도 방역 대책의 하나로 알코올 음료의 유통을 금지하는 규제가 실시된 적이 있고, 이들 나라에서도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역사적으로 통치 권력이 술에 강력한 통제를 가한 사례는 적지 않다. 예를 들어, 1920년대 미국에서 ‘금주법’이 실시된 적이 있다.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한다는 종교적 우려가 팽배했던 시절, 음주 범죄를 줄인다는 명분에 법이 성립했다. 결과적으로는 술을 마시는 수많은 시민들이 범법자로 내몰렸고, 밀주 유통과 관련한 범죄 조직은 오히려 성장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1910년대 일제 시대에 ‘주세령’이 실시되면서 술을 빚는 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이루어졌다. 이후 면허가 있는 양조장에서만 술을 빚도록 허가했는데, 가문의 수만큼 존재했던 가양주(가정에서 빚는 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등 한반도의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있던 음주 문화가 쇠퇴하는 계기가 되었다.

말하자면, 통치 권력이 개인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술만 한 것이 없었다. 사회적 명분이 있을 때마다 술을 빚고 팔고 마시는 행위는 규제에 직면했다. 수 세기 전에 처음 도입된 주세의 명분은 술을 빚기 위해 낭비하는 곡물을 줄여 식량 부족을 방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딱히 식량 부족이 문제가 되지 않는 지금도 술에 세금을 부과하는 주세 제도가 세계 각국에 건재하다. 술은 공권력의 통제와 규제를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어느 사이엔가 문제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팬데믹 속에서 뜬금없는 금주령이 여기저기에서 선포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장기화하는 코로나 시국, 사생활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이 당연시되어서는 안 돼

술만큼 사회적 평가가 엇갈리는 물건이 또 있을까? “백해무익한 술은 안 마시는 것이 낫다”며 금주를 실천하는 이도 있고, “적당히 마시는 술은 약”이라며 반주를 즐기는 이도 있다. 알코올 중독, 음주 운전, ‘주폭’ 등 과음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불거지고, 술이 성인병, 간 질환 등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술을 마시느냐 마느냐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과 사교적 선택의 문제다. 행위의 선택도 결과에 대한 책임도 개인에게 맡겨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바이러스 대유행을 겪으면서 사적인 음주에 대해 공권력이 이래라저래라 할 명분이 더 늘어난 듯해 씁쓸하다.

일본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금주령’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비일상적인 코로나 시국 속에서 한국 사회에서도 사적인 행동에 대한 공적인 규제가 일상화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한 조치인 만큼 백번 양보하는 셈 치자. 동네 마트를 가든 도심의 식당을 가든 개인의 모든 동선을 추적 가능하게 시시콜콜히 체크하고 제출한다. 체온이나 건강 상태 등 지극히 사적인 신체 정보를 의무적으로 측정하고 보고한다. 코로나 시국만 아니었다면 개인의 사생활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와도 한참 나왔을 조치들이다. 다만, 많은 이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인 만큼 프라이버시 침해의 여지가 있을지언정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실보다는 득이라고 판단한다. 방역 조치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는 시민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즉, 우리 모두는 공중위생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위해 시민들이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는 데에 일시적으로 동의했을 뿐이다. 문제는 이 비상시국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권력이 사생활 깊숙이 개입하는 상황이 어느 사이엔가 당연시되는 것은 아닌지 실로 우려스럽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공중위생이라는 대의명분의 우선순위가 매우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다가올 사회가 바이러스와의 투쟁을 위해 프라이버시의 포기를 상시적으로 강요받는 ‘디스토피아’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김경화 미디어 인류학자
같은 일본, 다른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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