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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은? 탈레반과 관계는?' 미국 바이든의 아프간 고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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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요일인 2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을 떠나 델라웨어주(州) 도버 공군기지를 찾았다. 사흘 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살폭탄 테러로 희생된 미군 13명의 유해를 맞기 위해서였다. 성조기로 덮인 유해함이 하나씩 수송기 C-17에서 내려졌고, 장병 7명이 한 조가 돼 미군 희생자의 관을 천천히 옮겼다. 성조기에 덮여 돌아온 이들은 해병대원 11명, 육군과 해군 각 1명이었다. 대부분이 20~23세 꽃다운 청춘들이었다. 9·11 테러가 일어난 2001년에 태어났거나 갓난아기였던 '9·11 키즈'들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해가 운구되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기도를 하듯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는 등 침통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미군 전사자 운구 행사 참석이었다. 일부 유족들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비공개 만남에서 분노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찾아 루이지애나에 상륙한 허리케인 '아이다' 대책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아프간 관련 질문을 접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프간에 관해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시한(31일)을 이틀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대 고민은 추가 희생자 발생이다. 철수작전 와중에 미군은 물론 미국과 아프간 민간인이 희생될 경우 여론 악화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오전 카불 주택가에서 미군이 이슬람국가 아프간지부 호라산(IS-K)의 자살폭탄 테러 차량을 저지하기 위해 공습하는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 빌 어번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공습 직후 “성공적으로 목표물을 맞혔다는 것을 자신한다”며 “차량에서 발생한 거대한 2차 폭발은 상당히 많은 폭발 물질이 (차량에) 실려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CNN방송이 이번 공습으로 어린이 6명을 비롯해 아프간 민간인 일가족 9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아프간 내 IS-K 관련 목표물 공격이 가능하도록 국방부에 전권을 부여하는 등 26일 1차 폭탄 테러 보복을 강조한 결과가 민간인 희생으로 이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어번 대변인은 이후 성명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하지 않고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무고한 생명의 희생 가능성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물러섰다. 공습 계획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탈레반과의 관계 설정도 고민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미 대사관 운영을 재개하는 것은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탈레반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라고 밝혔다. 31일 이후에는 아프간에 미국 외교관이 주재하지 않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외교관계를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철수 시한까지 아프간을 떠나지 않겠다는 미국인이 상당수에 달하는 만큼 이들의 추가 철수 결정 시 도와야 하고, 미국에 협력했던 아프간 국민 탈출 지원 문제도 걸려 있다. 물론 미국이 20년 전쟁을 벌였던 탈레반과 조건 없이 관계를 정상화하는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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