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성추행 사망사건 해군 현장점검… 공군 사태 재연될까

입력
2021.08.30 13:00
수정
2021.08.30 14:03

성폭력 예방제도·2차 피해방지 등 점검
공군 때처럼…엉터리 매뉴얼 불보듯
정영애 여가부 장관 "근본 대책 수립해야"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발생한 성추행 사망사건 관련 질의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발생한 성추행 사망사건 관련 질의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여성가족부가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 해군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앞서 공군 현장점검에서 드러났던 군부대 내 '무늬만' 갖춘 성폭력 예방 시스템과 허술한 2차 피해 예방조치의 문제가 이번에도 고스란히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사전예방·매뉴얼·보호조치 적절했나

13일 해군 소속 여 부사관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정문 앞을 군장병이 지나고 있다. 대전=뉴스1

13일 해군 소속 여 부사관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정문 앞을 군장병이 지나고 있다. 대전=뉴스1

여가부는 9월 1~3일 성범죄 피해 후 사망 사건이 발생한 해군본부와 해군 2함대, 2함대 예하 해당 기지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30일 밝혔다.

현장점검 근거법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지난 7월 법 개정으로, 사건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여가부가 현장점검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점검 결과를 토대로 대상 기관에 시정과 보완 요구도 할 수 있다.

점검 내용은 전반적인 성폭력 예방 시스템이다. 교육을 비롯한 예방 제도가 얼마나 내실 있게 운영됐는지, 성폭력 사건 대응 방법을 담은 매뉴얼은 적합한지 등을 살펴본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내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보호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중요한 점검 대상이다.

공군 문제 판박이?… 허울뿐인 매뉴얼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해군 성희롱·성폭력 예방조치 점검 결과. 여성가족부 제공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해군 성희롱·성폭력 예방조치 점검 결과. 여성가족부 제공

여가부는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공군 부대 현장점검 결과를 지난 6월 발표한 바 있다. 기본적인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워크숍으로 대체할 정도로 시스템은 허술했다. 매뉴얼은 이름만 있었을 뿐 제대로 작동할 만한 환경도 아니었다.

이런 문제는 해군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이 매년 여가부에 제출해야 하는 성희롱·성폭력 예방조치와 관련 매뉴얼을 보면 해군 역시 겉모양새는 그럴싸하게 갖추고 있다. 고충 상담원을 지정하고 전문 교육을 시켰고 자체 성희롱 예방지침도 수립돼 있다. 성폭력 예방교육 참여율도 96%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90%)보다 높다.

하지만 사건 조사 과정에서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다. 지난 20일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성추행 가해자 A 상사가 피해자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등 괴롭히는 일이 3개월 여나 지속됐다. 피해를 보고받은 주임상사는 비밀보장 의무를 무시한 채 A 상사를 불러 경고해 피해자의 신고 사실을 추측할 수 있도록 했다. 물리적 분리조치 역시 사건 발생 74일 만에 이뤄졌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공군에 이어 해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현장점검 결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시정이나 보완을 요구해 성희롱,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이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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