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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내각 1~2주 내 발표” 탈레반, 새 정부 구성 속도… 국제사회도 논의 본격화

입력
2021.08.29 2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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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른 점령, 새 정부 구성 준비 미흡" 분석
탈레반, 정상국가 도약 위해 '포용적 과도 정부' 추진
테러 근절·反부패 기구 설립·양귀비 재배 금지 약속
美·中, 바이든 출범 후 첫 군사회담…아프간 사태 논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이 24일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이 24일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와중에도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을 위해 속도를 내려 애쓰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완료 뒤 열흘 후쯤엔 ‘탈레반 2기 정부’ 설립을 선포할 방침이다. 전체 부족 대표가 참여하는 포괄적 과도정부 설립을 추진하고, 무장투쟁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는 등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국제사회의 탈레반 새 정권 인정 여부 논의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중보건부와 교육부, 중앙은행 같은 정부 핵심 기관의 경우 이미 관리들이 임명됐다”며 “조만간 새 내각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탈레반은 그 시기를 “다음 주”로 밝혔다가, 추후 별도 음성 메시지를 보내 “1~2주 내”로 정정했다.

이미 탈레반은 아프간 34개 주(州) 가운데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주지사와 경찰 책임자를 임명했다. 지방정부 구성은 사실상 끝냈다는 뜻이다. 중앙정부 내각 발표가 지체되는 건 탈레반도 이 부분에선 난항을 겪는 탓일 공산이 크다. 가디언은 “반군에서 정부로의 전환은 어려울 뿐 아니라, 예상보다 빠른 카불 점령으로 탈레반도 새 정부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아프간 통치 주체, 방식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해외개발연구소 무장조직연구센터 공동책임자인 애슐리 잭슨은 “탈레반의 새 정부 구성 작업이 너무 느리다. 더 지연되면 아프간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탈레반은 전체 부족 대표가 참여하는 과도정부 설립 구상도 꺼냈다. 인구 4,000만 명인 아프간은 탈레반 세력 기반인 파슈툰(42%) 외에,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여러 종족으로 이뤄져 있다. 탈레반 고위 관계자는 전날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새 정부 핵심 인사 12명이 거론되고 있다. 타지크족, 우즈베크족 지도자도 포함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른바 ‘12인 위원회’인데,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 등 기존 정부 인사도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탈레반의 ‘포용 정부’ 약속이 형식적으로나마 지켜지는 셈이다. 다만 과도정부가 얼마나 존속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 거리에서 22일 한 소년이 탈레반 깃발을 팔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 거리에서 22일 한 소년이 탈레반 깃발을 팔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정상국가 건설’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도 속속 발표 중이다. 탈레반은 아프간이 테러 집단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천명했고, 부패 방지를 위한 특별 법원 설립도 추진키로 했다. 여성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선 “보건ㆍ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정부 기관에서 여성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결정은 지도부가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불의 은행들에도 ‘영업 재개’ 명령이 떨어졌다.

특히 아편의 원재료인 양귀비 재배 단속에도 나섰다. 아프간 경제의 막대한 수입원을 포기하면서까지 탈레반에 덧씌워진 ‘마약 거래’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탈레반이 양귀비 주산지인 칸다하르주 마을에 양귀비 재배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 아프간 전문가 이브라힘 바히스는 “탈레반은 국제 원조 대가로 마약 퇴치를 협상 카드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도 탈레반 새 정부에 대한 다방면의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 25일 탈레반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가 정상 간 통화를 한 데 이어, 최근 미국과 중국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고위급 군사 회담’을 열어 아프간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아프간과 인접한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 부활 가능성을 경계하는 중국이 미국에 협력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관리도 “미중 양국의 군은 대화 채널 유지의 중요성에 동의했다”며 향후 긴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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