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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살해될 동안 전자발찌 '무용지물'... 세번 출동 경찰 문도 못 열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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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지 넉 달도 안 된 성범죄자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경찰은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요청을 받고 해당 주거지에 세 차례나 출동했지만 문이 닫혀 있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성범죄자 집에는 당시 40대 피해자 시신이 있었던 터라, 시신을 좀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다른 한 명이 살해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복역 후 지난 5월 6일 출소한 강모(56)씨가 살인 및 전자발찌 훼손 혐의로 이날 오전 긴급체포됐다. 강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출석해 범행을 자백했다. 강씨는 도주 전후로 40대 여성과 50대 여성을 살해했다. 두 사람의 시신은 각각 강씨의 자택과 강씨가 경찰에 자수할 때 타고 간 차량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앞서 동부보호관찰소 협조 요청을 받고 27일 오후 6시와 8시, 10시 등 세 차례나 강씨 집으로 관할 지구대와 송파서 형사들을 출동시켰으나 범행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닫힌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갈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법무부 측은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발부가 안된 시점이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강씨는 강도강간?강도상해 등 총 14회 처벌 전력이 있고 그 중 성폭력 범죄가 2회 포함돼 있다. 강씨는 1996년 첫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5년에 보호감호처분을 받았고, 두 번째 성범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강씨가 출소 후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동안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법무부 보호관찰소 관리를 받는 전자발찌 착용 성범죄자의 경우 활동 반경을 거주지 2㎞ 내로 제한한다. 최근에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피해자로부터 20m 반경에 있을 때도 경보가 울리도록 추가 조치됐다. 그러나 강씨는 기존 피해자가 아닌 다른 여성들을 범죄 표적으로 삼았고, 범행은 강씨 자택에서 이뤄졌다.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지 않았다면 당국은 범죄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강씨 사례처럼 전자발찌를 부착하고도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적지 않다. 지난해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자발찌 부착 성범죄자의 재범 건수는 292건에 달했다. 특히 재범의 절반 이상은 성범죄자 거주지 1㎞ 이내에서 발생했다.
재범이 가능했던 이유는 전자발찌 기기의 훼손이 쉽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매년 평균 17회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현행 전자발찌는 펜치 등 공업용 절단기로 어렵게 않게 끊을 수 있는데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가도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 등 기기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전자발찌 부착자의 관리 방식도 부실하다. 현재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전자감독 대상자는 올해 5월 기준 4,832명에 달한다.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첫 해인 2008년 관찰대상자가 150여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무려 32배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하는 전자감독 전담 직원은 겨우 281명(올해 7월 기준)에 그친다. 사실상 제대로 된 감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강씨 자택 인근에 사는 한 여성은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범죄자 알림e를 찾아봤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며 "알림e에 등록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은 아무 대처도 할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가 본래 기능을 다하려면 선고 단계부터 재범 방지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램 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 법률대리인을 맡은 오선희 변호사는 "범죄를 마음 먹은 사람이 전자발찌를 끊어버리면, 그 이후로는 오로지 검거가 빨리 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며 "법정에서 전문적 평가를 통해 징역과 부착명령 기간을 제대로 판단하고, 교도소에서 충분한 교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전문적인 양성 과정을 통해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보호관찰관 인력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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