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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로 오해하고도... 20개월 아이 마구 때리고 성폭행 뒤 살해

입력
2021.08.29 11:15
수정
2021.08.29 18:40

20대 피고인…? 때리고 짓밟고 벽에 내던지고
1시간 이어진 참혹한 학대 재판과정서 밝혀져
아내 집안 다른 곳에 있으라고 한 뒤 성폭행도
장모에게 성관계 요구하는 메시지도 보내
신상공개 국민청원… 맘카페 법원 앞 시위 계획

20개월 된 여아를 학대,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양모씨가 지난달 14일 대전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를 나오고 있다.뉴스1

20개월 된 여아를 학대,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양모씨가 지난달 14일 대전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를 나오고 있다.뉴스1

20개월 여아를 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구타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유석철)는 지난 27일 아동학대 살해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양모(29·남)씨와 사체은닉 등 혐의를 받는 정모(25·여)씨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사기죄 등으로 복역 후 최근 출소한 양씨는 정씨와 20개월 된 정씨 아이를 함께 데리고 살았다. 지난 6월 15일 새벽 술에 취한 양씨는 대전 대덕구 주거지에서 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불로 덮은 뒤 1시간 동안 주먹으로 내리치고 발로 짓밟았다. 양씨가 비튼 아이 다리는 부러졌고 벽에 집어 던지는 폭행으로 결국 숨졌다. 검찰은 “딱딱한 물체로 아이 정수리를 10회 내리치기도 했다"며 "피해자는 폭행을 당할 때 몸부림치고 발버둥쳤다"고 밝혔다.

아이가 숨지자 그는 아내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안 화장실에 숨겨뒀다. 아이가 숨진 사실은 두 사람의 은폐로 20일이 넘도록 알려지지 않았다. 감춰질 뻔했던 시신은 지난달 9일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는 아이 외할머니의 신고로 드러났다. 양씨는 112 신고 사실을 알고 곧바로 도망쳤으나 사흘 만에 검거됐다.

검찰은 양씨가 학대 살해 전 아이를 강간한 사실도 확인했다. 아이 엄마 정씨는 양씨가 딸을 성폭행하는 범행 당시 양씨 지시에 따라 집안 다른 곳에 가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양씨로부터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며 극도의 공포감과 함께 심리적 지배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주일 간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하던 장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이날 양씨가 범행을 저지른 뒤 장모와 나눈 메시지 내용을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유전자(DNA) 조사 결과 양씨는 피해 아이의 친부가 아니었지만, 그는 경찰 조사 때 자신이 아이의 친부라고 진술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 맘카페 등 온라인에선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판부에는 엄벌을 요구하는 진정서가 90여통 쇄도했다. 일부 맘카페에선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는 취지로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27일 '20개월 여아를 끔찍하게 학대하고 성폭행해 살해한 아동학대 사건 피고인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 이틀 만에 4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친딸로 알고 있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끔찍한 사건"이라며 "신상 공개 요건과 그 취지에 부합하는 만큼 대전경찰청에도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10월 8일 열린다.

대전=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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