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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추왓추] 여자지만 제약 없이 살려했다… 세상은 친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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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20세기 전반 여성의 삶을 어땠을까.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만으로 혐오의 대상이었고, 남자들과 달리 자유분방한 삶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선도했던 영국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귀족을 지배층으로 둔 사회 분위기는 보수적이었다. 시대는 바뀌고 있었고 인습과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왓챠 드라마 ‘린다의 가장 완벽한 5개월’은 1920~40년대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삶을 산 두 여성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돌아본다.
린다(릴리 제임스)와 패니(에밀리 비첨)는 사촌사이다. 둘은 귀족이다. 패니는 엄마가 새 삶을 찾아 나서면서 이모 밑에서 자란다. 당시 시대 분위기에 반해 교육을 받는다. 린다는 풍족한 삶을 누리지만 학교와는 거리가 멀다. 괴팍하고 보수적인 아버지 매슈(도미닉 웨스트)가 가장 혐오하는 게 교육받은 여자이기 때문이다. 패니는 어려서부터 크리스마스 휴가 때면 어김없이 린다 가족의 대저택에서 보낸다. 린다와 패니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단단한 우정을 쌓는다.
린다는 세상이 궁금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들이 때가 되면 나이와는 무관하게 돈 많은 영국 귀족과 결혼하기를 원한다. 린다의 언니는 18세에 40대 귀족과 결혼식을 올린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린다는 이웃 메를린 공(앤드류 스콧)과 교유하며 새로운 세상에 눈뜬다. 다다이즘 등 전위예술을 접하고, 여러 소설을 읽으며 불꽃 같은 사랑을 꿈꾼다. 버지니아 울프를 즐겨 읽는 ‘신여성’ 패니는 의외로 차분하고 안정적인 사랑을 원한다. 사랑에 막무가내인 린다가 불안하면서도 부럽다.
린다의 첫사랑은 메를린의 지인인 토니(프레드릭 폭스)다. 은행 소유주의 아들로 부유한 상류층인데 린다의 아버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독일계라는 이유에서다. 린다는 반항이 본능인 듯 토니에 더욱 빠져든다. 결혼을 하고 화려한 삶이 이어진다. 상류층의 삶은 안락하나 지루하다. 토니와의 사랑은 식었고, 린다는 몇 년 동안 파티를 탐닉한다. 어느 날 가족 점심식사에 초대된 공산주의자 크리스천(제임스 프레쉬빌)에게 단번에 빠진다. 사랑이 꽃피고 새 삶을 택한다. 오래 전부터 혼외관계를 맺고 있던 토니는 쾌재를 부르 듯 이혼에 동의한다. 부부가 각기 새로운 인연을 맞아 갈라섰는데, 곱지 않은 시선은 린다에게만 향한다.
린다의 자유분방한 삶은 이어진다. 아버지는 그런 린다를 멀리하지만 린다의 방황과 고뇌를 품어주는 이는 사려깊은 패니다. 그 역시 고민이 적지 않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남편이 부럽고, 린다의 자유로운 삶을 선망하지만 쉬 용기를 내지 못한다.
드라마는 패니의 시선으로 린다의 삶을 바라보는 형식을 취한다.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닌 패니지만 현실에선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공부를 많이 해 엄마처럼 다른 남자랑 도망칠 거라고 악담하는 매슈에게 싫은 소리 한번 제대로 못 낸다. 패니는 엄마처럼 됐다는 말을 들을까 두렵다. 여성의 주체적인 삶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현실에선 용기를 못 내는 이유다. 린다는 패니와 달리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성사회에 부딪히고, 고정관념을 넘어서려 한다.
패니는 마음속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면서도 현실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해야 했던 당대 대다수 여인을 대변한다. 린다는 심장의 지시에 따라 시대를 거슬렀던 소수 여성을 상징한다. 드라마는 사촌이지만 각기 다른 삶을 산 두 사람의 인생 행로를 통해 20세기 전반 부조리했던 성차별의 시대상을 들춘다.
5월 영국 BBC에서 방영된 최신 드라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주인공의 삶을 경쾌한 화법으로 그려낸다. 귀족들의 화려한 삶과 당대의 패션에 눈이 즐겁다.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와 세공술도 눈을 사로잡는다. 강약 없는 이야기 전개는 흠이다. 린다의 극적인 삶의 행보가 단조롭게 묘사된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7%, 시청자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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